지난 89년 11월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전국 대학생 대표자협의회 주최 제1회 전국대학생 통일노래 한마당. 은은한 가락에 투박한 듯 하면서도 의미 있게 와 닿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자주·민주·통일을 향한 하나됨의 장이 펼쳐졌다.

당시 제주지역에서는 제주대 노래패 '소리얼'이 '하나되는 그 날까지'라는 곡으로 참가, 큰 호응을 얻는다. 

같은 해 8·15남북학생회담 성사를 위한 연세대 집회에서 제기된 '대학문화의 창조성과 현실성의 반영'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이날 대회는 기존의 대학가요제와 대중가요의 상업성·퇴폐성을 극복하고 올바른 모습의 노래에 담아 보급하자는 뜻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대학 노래문화는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한 단면이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봇물 터지 듯 터져 나오는 '통일'관련 노래들은 현실비판 차이를 넘어 종래의 서정성에다 뛰어난 사상성을 함축, 대중성 확보 측면에서 질적·양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다.   

물론 이 같은 시각은 비단 노래운동 부문에만 국한된 게 아니어서 문학·미술·연극 등의 제반 문화활동에도 두루 반영된다.

대학 축제 문화도 한몫 거들었다. 지난 81년 캠퍼스 통합 이설 된 후 처음 열린 제주대의 아라축전은 '제주대학의 가능성, 제주도의 힘'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아라축전은 80년대의 지역 청년문화의 열린 마당으로 자리매김 한다.

당시 제주교육대학의 사봉축제, 제주전문대학의 삼의축제, 제주간호보건전문대학의 하이지나 축제들도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는 특히 86년 제주지역 동아리연합회 협의회가 결성되고, 88년 제주지역 총학생회협의회가 구성되면서 지향하는 바가 보다 구체적이고 역량 결집의 장이 된다. 이가운데 제주지역 동아리연합회 협의회는 대학문화운동의 구심체이자 직·간접적으로 기성 제주지역 문화운동단체와 연대를 꾀해 제주지역 청년문화의 밑거름이 된다.

동아리협의회 결성되면서 역량 결집

문화 단체 연대 등 대중성 확보 노력

제주지역 청년문화운동의 밑거름이자 근간인 이 시기의 대학문화 흐름은 민족적인 자존심을 앞세우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편, 반엘리트적 평민주의를 선호하고, 도시빈민·농민 등의 소외계층과 연대해 권력과 부조리에 항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제주대 동아리연합회는 특히 88년부터 대동제를 개최, 한데 어우러짐의 한마당을 연출한다.

당시 제주대 동아리연합회는 대동제 개최에 앞서 '대동제는 집단적인 공동체 생활을 재현하는, 즉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극도로 원자화되고 개별화된 주체들을 하나의 동질의식으로 묶어 세우는 놀이요, 노동이요, 투쟁'이라고 못박고 '건강한 대학문화의 건설과 대동단결·공동체 구현의 장'임을 다짐한 바 있다.

아울러 도내 각 대학 동아리들이 참여하는 '탐라대학'을 매년 개설, 특정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연대'의 함성으로 도내 대학문화운동의 방향성을 모색하게 된다.

특히 대학축제 문화는 90년대 들어 거리 진출(?) 현상이 두드러진다. 98년 제46주년 제주대 아라 대동제의 일환으로 제주시내 탑동에서 개최됐던 '신나는 대도민 한마당'은 시민들에게는 대학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대학생에게는 '상아탑'으로 대변되는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반성과 거듭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당시 '나의 사랑 제주도, 나의 사랑 제주대학교'를 주제로 열린 '신나는 대도민 한마당'은 풍물패 공연과 우리 옷 선보이기, 놀이패 '탑민'의 공연, 도민노래자랑 등의 이벤트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 대학생이 한데 어우러진 '소통문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대학문화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거리 위의 민초들과 한바탕 웃고, 몰입하고, 호흡하면서 어울림의 봇짐을 푸는 '거리문화'라는 새로운 생명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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