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금 장마로 인해 농작물 피해가 심하다고 한다.

일본에서 일기예보를 TV에서 볼 때 마다 동북아사아의 전 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망망대해에 잘 여문 콩알처럼 고향 제주도가 표기되어 장마 전선이 그 위를 덮고 있다. 지우개로 그 장마 전선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안쓰러울 때 제주에서 훈훈한 소식이 있었다.

<8.15특사 목표로 신구범 사면 추진할 것>이라는 제주투데이(7월 3일)기사였다.

도민모임이 주관하는 운동이었다. 필자가 이 기사를 읽고 흐뭇하게 느낀 것은 제주 원로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제주에는 원로 부재론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제주도의 특성상 지연, 혈연, 학연이 실타래처럼 얽혀져서 연륜이 쌓은 원로들의 고고(孤高)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여기에 박차를 가한 것이 제주도정을 맡았던 위정자들의 모습이었다. 전. 현직을 막론하고 대를 이은 도지사들이 줄고구마처럼 줄줄이 구속되거나 검찰과 재판상의 피고인으로 전혀 다른 이면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당사자만이 아니고 제주도로서도 씻기지 못할 오점이었다. 이 오점의 깊은 골은 제주사회를 오염시키면서 새로운 갈등 속에 정화 능력을 상실케 했다. 그때마다 실타래처럼 얽힌 원로들의 권위와 위상도 실추했다.

다행히 이번 신구범 전 제주지사 사면 청원에는 이 상처와 아픔을 극복하고 원로들이 동참했다.

기사에 의하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약 한 달 동안에 7만4000여명의 서명운동에 참가 했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이것은<신구범 전 지사에 대한 도민의 애정과 믿음의 발로이기도 하겠지만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삶을 강건하게 지켜온 제주인의 정신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가슴 뜨거움을 느낀다>면서 <신구범 전 지사와의 정치적 관계 등은 모두 접어놓고 제주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힘을 모아 내자는 도민 여러분의 따스함과 마음이 큰 물결을 이뤘다>고 도민모임이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었다.

이 모임에는 원로들만이 아니고 여러 단체의 책임자들도 참가하고 있었다. 제주의 건전한 발전과 화합을 위한 높은 차원에서 이러한 운동이 제주도내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깊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필자 혼자만이 생각이 아닐 것이다.

신구범 전 지사와 필자는 몇 차례의 면식은 있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1994년 1월 오사카에서 열린 <칸사이(開西) 제주도민협회>결성 총회 때 현직 도지사로 참석한 신구범씨의 인사말이었다.

당시 오사카에는 제주출신 동포가 만든 단체가 4개 단체였다. 각 단체가 제주도에 많은 지원과 동포들의 친목을 위해 다대한 공헌은 했지만 단체가 많아서 일어나는 소모적인 병폐도 많았었다. 숱한 우여곡절 속에 하나의 단체로 통합되어 상기 총회를 맞게 되었다.

<4개 단체의 통합은 남북통일보다 더 어렵다는데 오늘 그 통합을 이루고 총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신구범씨의 첫마디 인사였다.

4개 단체의 임원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통합이었으나 당시 현직 도지사로서의 적극적인 추진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 못할 사실이다. 도민회원으로서 지금도 높게 평가한다.

또 부인 김시자씨와는 필자가 민단 이쿠노 북지부 사무부장으로 재직 당시 제주출신 불우동포댁을 몇 군데 안내한 적이 있었다. 현직 지사 부인으로서 꼭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도지사 부인의 생색내기 연출이라는 이해 못할 비판도 있었지만 필자는 정면으로 반론했다. 설령 그렇더라도 불우동포를 방문했다는 그 사실과 행동력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많은 도지사 부부가 오사카를 방문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구범씨 사면청원>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필자는 이 글로써 그 서명에 동참하고 싶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근무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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