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금요일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삼간관계를 그린 영화인데 아십니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일본인 동료가 신문기사를 필자에게 보여줬다. 그날 석간인 마이니치신문이었다. 일본 중앙지들은 매주 금요일 석간에 영화 해설과 광고를 대대적으로 게재한다. 그 기사중에 나온 <오카오 코에떼:丘を越えて (언덕을 넘어서)>라는 영화해설이었다.

필자는 깜짝 놀랐다. 한국의 동화작가 마해송이가 실명으로 그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었다.

흥미를 갖고 필자는 이 영화를 보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물론 픽션 영화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호소카와 요오코(細川葉子)는 문예춘추사에 면접에 합격하여 취직한다. 불황속에서 채용할 계획은 없었지만 문예춘추 창간자이며 사장이고 저명한 작가 키쿠치 칸(菊池 寬)의 눈에 들어서 그의 개인 비서로 근무한다.

서민들의 동네에서 성장한 요오코는 당시 일본 최고의 번화가 긴자는 물론 제국호텔, 댄스홀과 키쿠치와 교제하는 여성들과 접촉하면서 어느 누구보다도 현대 여성으로 성장해 간다.

요오코는 자신의 월급도 키쿠치 사장이 개인적으로 지불하며 파격적인 인정가인 그는 동경의 대상이며 마음이 끌린다.

마해송은 문예춘추의 편집자로서 키쿠치 사장과 접촉하면서 개인비서인 요오코에게 사장과의 관계를 도전적인 태도로 비아냥거린다.

마해송과 키쿠치 칸과의 만남은 키쿠치 칸이 일본대학에서 강의한 아일란드 문학이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란드 문학은 종주국 영국에 대한 저항문학이었다.

마해송은 종주국 일본인 키쿠치 칸으로부터 그것을 배우고 그의 배려로 문예춘추에 입사했다. 마해송보다 17세 위인 키쿠치 칸은 그를 아끼고 키웠다.

언제나 상하 하얀 양복과 하얀 모자를 쓰고 바람기가 있는 마해송을 요오코는 싫어 했었다. 그러나 그의 겉모양과는 달리 언젠가는 귀국하여 고국의 독립을 꿈꾸는 식민지 청년의 야망과 순수함을 알고 마해송에게도 요오코는 마음이 끌린다.

처음에는 요오코를 개인비서로 밖에 대하지 않았던 키쿠치였지만 요오코의 순수함과 청순한 매력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진다.

사장과 사원이라는 관계만이 아니고 성격상이나 나이, 국적 모두 대조적인 키쿠치 칸과 마해송이라는 두 남자 사이에 요오코는 사랑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하며 여류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날 문예춘추의 기사에 불만을 품은 독자가 일본도를 들고 회사에 난입하여 키쿠치를 죽인다고 대소동을 이르킨다.

누구 한 사람 앞에 나서서 말리는 사원이 없었다. 키쿠치 사장이 나와서 혼자 대면하는 위기적인 순간에 마해송이 사무실에 나타나서 일격을 가해 범인을 격퇴 시킨다.

조선인으로서 사장의 신임이 두텁지만 멋쟁이며 바람기 있는 마해송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원들이지만 그의 용기 있는 행동과 담력에는 말을 잃을 정도였다.

이러한 의리와 재능이 있는 협객 마해송을 키쿠치 칸은 (모던 일본)을 창간하면서 사장이라는 중요 직책을 맡긴다.

일부에서 반대론이 나오지만 키쿠치는 듣지 않고 마해송을 계속 지원한다. 부하로서 자기가 요오코를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마해송 역시 요오코를 사랑하는 연적이지만 그의 젊은 재능을 인정하여 비열한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조금도 없었다.

이러한 삼각관계에서 일어나는 유머러스한 내용들이 여기저기 때로는 가슴 진하게 펼쳐진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는 사이 일본은 만주사변을 이르키고 본격적인 전쟁이 돌입하려고 한다.

마해송은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요오코에게 전하자 그녀는 같이 조선에 가겠다고 눈물로 호소한다.

그러나 같이 귀국했을 때의 요오코의 불행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아는 마해송은 자세히 설명하면서 서로를 위해서 헤여져야 한다고 설득 시키고 귀국의 길에 오른다.

만주사변이 일본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수선할 무렵 영화는 출연자 모두가 나와서 (오카오 코에떼)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끝을 맺는다.

이 노래는 고가 마사오<高賀政男>의 작곡으로서 무척 밝은 노래이다. 점점 전쟁으로 돌입하는 일본 사회를 역설적으로 풍자하기 위해서 이 노래를 삽입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필자의 감상은 마해송에 대한 외경스러움과 일본에서 이러한 영화가 나왔다는 놀라움이 앞섰다.

마해송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이며 아동문학가이다.  <월간 문학> 7월호에 유창근씨가 쓴 <마해송과 트라우마>에 그의 업적이 자세히 나왔었다.

1905년 개성에서 태어나 1966년 생을 마친 마해송은 단편 60편, 중장편 10편의 동화를 썼다. 1951년 공군 종군 문인단장을 역임했으며 1957년 어린이 헌장을 기초했고 1959년 제6회 자유문학상, 1964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1912년 4년제 소학교 개성제일공립보통학교 입학후 졸업하여 1921년 일본으로 유학가서 일본대학 예술과에 입학해서 문예춘추 창간자 키쿠치 칸을 만나게 된다.

키쿠치 칸은 1888년 시코쿠 카카와현에서 태어나서 1920년 신문소설(진주부인)으로 대성공했다. 1923년 <문예춘추>를 1930년 <모던일본>을 창간했다.

1935년 아쿠다카와상과 나오키상을 창설 1939년에는 <키쿠치 칸>상을 창설한 유명한 문화인으로서 1948년 60세로 생을 마쳤다.

<오카오 코에떼>는 사장과 사원, 식민지와 피식민지라는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고 남녀관계를 삼각관계로 설정하여 그 당시 배경을 사실대로 삽입하면서 만든 영화였다.

그 속에서 마해송의 당당한 모습에 자랑스러웠으며 이 영화를 제작한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다.

원작은 현재 토쿄도 부지사인 작가 이노세 나오키의 <猪瀨直樹>의 <마음의 왕국>이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근무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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