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전쟁이다. 지방 일간지 시장에 또다시 뼈를 깎는 힘 겨루기가 예고되고 있다. 제민·제주·한라(가나다 순) 기존 3사 체제의 지방 일간지 시장에 주간지인 제주타임스가 일간지로의 전환을 선언함으로써 위기의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존 일부 일간지도 대표이사가 잇따라 바뀌는가 하면 감축경영과 부채 상환을 위해 자본주 영입에 본격 나선 상태다.
이 와중에 가장 극심한 고통은 아무래도 지방 신문 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찾아온다. 저임금에 수시로 찾아오는 감봉·감원 속에서 속이 탄다. 전직자도 늘고 있다. 

인구 382만명의 부산에서 2개 일간지가 발행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겨우 50만명을 웃도는 인구 규모의 제주에서 4개의 일간지가 정상적인 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일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신문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제주타임스 일간화 선언, 왜?= 주간지인 제주타임스는 최근 사고(社告)를 통해 일간화를 결의했다. 제주타임스는 일간화에 대해 “제주지역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 지역유지와 권력의 유착, 지식인들의 부화내동, 그로 말미암은 모든 ‘공적기능'의 권력을 향한 일렬종대형의 희극적 형태는 이제 이 지역사회에서 탈각시켜 버려야 할 때가 됐다”며 “오늘 제주사회에 대두된 세대간, 계층간, 관민간 주의주장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고 수용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주타임스는 이를 위해 윤전기도입 계약을 마친 상태다. 7억5000만원(설치비 포함)을 들여 칼러 4면, 18면 합쇄 성능의 윤전기를 도입한다.
윤전기 설치 장소는 애월읍 봉성리. 강천종 대표이사가 갖고 있는 부지를 활용해 사옥을 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타임스는 이에 따라 오는 10월중에 일간지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은 철저하게 소수정예화를 지향할 계획이다. 99년 3월 창간이래 흑자경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국 직원을 포함해 40명을 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 연동시대 접는 제민일보 =1995년 재일교포인 김효황 회장 취임과 함께 제2 창간을 선언했던 제민일보는 차별화를 위한 규모화 전략에 실패, 그 후유증이 크다. 제민일보는 2000년 12월 도두사옥 준공과 함께 최고속 윤전기인 '메트로 라이너'를 도입하는 한편 2001년 8월부터 36면 발행을 통해 공격적인 경영을 주도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김 회장의 일본 사업마저 고전하게 되자 36면 체제에서, 32면 체제로, 다시 20면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표이사, 편집국장이 2차례나 바뀌는가 하면, 임원 인사에 따른 갈등으로 국장급과 부·차장급 기자들이 사표를 잇따라 제출, 후유증이 이어진다.  

제민일보는 지난 6월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래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 출신의 신방식씨를 영입했다. 제민일보는 감축경영 차원에서 연동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9월 중에 도두사옥으로 이전한다.  

▲ '한라' 강 회장, 경영에서 손 떼나?= </STRONG>최근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큰 곳은 한라일보다. 한라일보는 김찬경 미래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가 강영석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주곡이 언론인 출신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한라일보는 지난 6월30일 이사회를 열고 강만생 편집국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강 대표이사는 취임사를 통해 "최근 몇몇 지역 현안을 놓고 지역여론이 크게 양분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불행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지역여론이 분열과 갈등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제구실을 못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강영석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지의 여부. 일각에선 "주식회사는 지분으로 말하는 게 아니냐. 김 대표가 강 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게 되면, 경영에서 당연히 배제될 게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89는 창간이래 신문사 경영을 주도해온 강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인연을 맺고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져 9월 중에 열릴 이사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2세 경영체제 욕심 없다" =김대성 제주일보 공동 대표이사 사장는 2000년 4월 한국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자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꿈꾸던 목표의 90%는 일궜다", 또 "2세 체제에는 욕심이 없습니다. 2~3년이 지나면 회장으로 물러날 생각입니다. 사장 직에는 능력 있는 분을 모시고요…"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이 시기에 굳이 끄집어내는 것은 최근 제주일보의 자본주 영입작업이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제주일보는 부채상환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최근 기업인인 이모씨와 접촉, 투자를 적극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는 20억원설, 40억원설 등이 시중에 나돌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기본에 충실하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지방 일간지 시장이 2사 체제에서, 3사 체제로, 다시 4사 체제로 팽창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중앙지와의 경쟁을 주도할 만한 상대적인 '유력 지방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바탕은 정론이다. 기존 일간지들은 저마다 정론을 표방한다. 그러나 과연 독자들 가운데 얼마나 수긍할까.
         
독자들은 참을 수 없는 언론의 경박함을 기억한다.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특정후보 유세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처럼 보도하기 위해 사진을 조작하는가 하면, 칼럼표절에다 백두산에 오르지도 않은 사주를 천지를 배경으로 합성사진을, 그것도 1면에 버젓이 내놓는 언론의 오만함이 떠오른다. 그것은 폭거나 다름 없다.

또 있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다. 현재 지방 일간지 기자들의 봉급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2~3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해외 취재를 앞둔 기자가 미국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일도 있다. 이유는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자의 연봉은 1300만원 수준. 미국 대사관 측은 관례적으로 연봉이 1500만원에 미달할 경우 비자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정론을 펼 수 없다.

지금 제주지역 신문시장은 갈림길에 서 있다. 시장경쟁을 위해 투자를 더 할 것인지, 시장에서 철수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더 이상 구성원들의 고통을 전제로 지역사회에 부담을 주는 형태의 신문은 우리 지역사회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은 최근 기자가 만난 시민단체 관계자의 얘기. "인구 50만에 감귤과 관광농장을 빼놓고는 이렇다할 산업기반이 없는 지역에 4개 일간지가 발간된다? 광고시장이 되겠는가? 내 생각엔 2개 일간지면 딱 좋을 텐데…"

그러나 어느 오너가 신문사의 간판을 내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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