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량씨는 조천읍사무소에 근무하는 호적담당 공무원이다. 필자가 주미량 씨를 알게 된 것은 그저께와 어제 전화로 세차례 나눈 대화가 전부이다.

그녀의 업무능력과 자신감 그리고 대인관계의 매끈함을 높게 평가하여 이글을 쓰고 있다.

8월 초순이었다. 필자가 아는 동포여성이 호적번역을 부탁한다면서 제적등본과 혼인, 가족관계, 기본증명서 등 50여페지의 분량을 갖고 왔다.

이 호적들을 번역하면 일본 법무국에 다른 서류와 함께 제출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번역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조천읍사무소가 발행한 호적에 단순한 오기(誤記) 세군데를 발견했다. 단순한 오기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곳의 오기였다.

호적 상세란에 기입되는 주소중의 글자 하나라든가 아니면 설명중의 하나라면  번역 과정에 연필로 표시하고 일본당국에 제출하면 이해하고 받아준다.

그런데 이번의 오기는 이 호적을 필요로 하는 호주의 성별란과 장모이름, 그리고 출생지가 다르게 기입되었었다.

성별란에서는 (남)이 (여)로 되었고, 장모이름 중의 하나 (효)는 (호)로, 출생지는 조천읍이 일본으로 기재 됐었다.

이 호적을 그대로 번역해서 법무국에 제출했다가는  호적만이 아니고 다른 서류까지 퇴자 맞고 접수조차 못하게 된다.

호적을 면밀히 조사해보니 오기의 원인은 호적의 전산화과정에서 입력 미스였다. 그 당시 담당자가 입력 후 재확인했드라면 일어날 수 없는 오기였다.

조천읍사무소에 직권정정으로 정정 가능한 오기였지만 필자는 난감했다.
팔십세인  호주 할아버지나 번역 의뢰한 여성한테 이 사실을 전할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들이 조천읍사무소에 조리있게 설명해서 호적을 고칠 수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필자가 지난 토요일(16일) (지급)이라고 써서 조천읍사무소 주민자치과장 앞으로 팩스를 보냈다.  오기된 호적등본과 증명서 등 모두 4매를 보내 월요일(18일) 팩스나 전화, 이메일로 연락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월요일 한시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다. 오후 두시경 조천읍사무소에 전화했더니 팩스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의외의 결과였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의 팩스기는 상대방한테 팩스가 제대로 안들어가면 그때마다 기록돼서 나오는데 그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못 받았다는데 할말이 없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정정요구를 했더니 담당자 주미량씨가 선임자의 입력 오기를 사과하고 고친 호적을 바로 보내준다고 했다.

그리고 출생지건은 본인이 신청해서 일본으로 됐는데 그 증빙 등본까지 보낸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곳 일본에서 호적 신청자가 걸림돌이 되었다.

호적 관계자인 호주가 아닌 제삼자의 이름으로 신청할 수 없다면서 호주의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복사본을 같이 보내달라는 말이었다.

그 분은 지금 집에 안계셔서 연락할 수 없고 또 필자 근무지도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다.

그대신 나의 신분증명서 복사하고 보내고 다음날 본인 여권을 복사해서 보낸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일본의 봉연휴로 쉬고 있는 손자가 있을 때 일본 법무국에 같이 가서 서류제출하고 싶다던 할아버지였다. 하루도 늦출 수 없었는데 제삼자인 필자 이름만으로 신청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입력 오기로 인한 원인을 제공한 조천읍사무소의 강경한 태도에 필자는 몹시 불쾌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필자였다. 번역하다가 오기를 발견하고 동포를 위해서 빨리 정정해서 보내라고 하는데 본인이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다.

호적을 다루는 중요성과 신청인에 대한 엄한 규칙은 필자도 이해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필자는 언성을 높이면서 읍장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주민자치과장한테 팩스건 전화했더니 전혀 모르는 사항이라고 다른 담당자 한테 전화를 돌렸기 때문에 그에게 다시 얘기해도 허사일 것 같았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읍장은 지금 결재 중이어서 계장을 바꾼다고 했다.

계장 역시 본인의 여권이나 신분 증명서를 보내 달라고 되풀이하다가 상부와 의논해서 한시간 후에 전화 한다고 했다. 한시간 후 전화의 주인공은 계장이 아니 주미량 씨였다.

이곳 사정도 이해하지만 본인의 증명서 어떻게 부탁한다는 요청이었다. 시간은 오후 4시를 넘고 있었다. 이럴때 필자였다면 계장이 직접 전화해서 결론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담당직원 주미량 씨는 또 다시 필자의 높은 언성과 불쾌감을 줄 언어들을 감수하면서도 의연하고 상냥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필자가 머리 숙여질 부분이었다.

결국 필자의 주장은 관철 안 돼서 어제(19일) 호주 본인의 여권을 복사해서 신청했다.

그러나 주미량 씨의 업무능력과 대응에 높게 평가할 부분이 많았다. 흐뭇한 전화 만남이었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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