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등 재·보궐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각종 모임이 규제되고 있다.
과거의 폐단에서 보아왔듯 모임을 열면 후보들이 몰려와 표를 구하면서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일들이 일어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선관위는 미리 계획된 제주대의 축제도 연기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엊그제 부처님오신 날 각종 봉축행사도 우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을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기가 어려운 후보들은 야단(野壇)에 법석(法席)을 차릴 만큼 많은 불자들이 모이는 이날을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기에 그렇다.
 

이날 11시에 법요식이 열린 예정인 관음사.
10시도 안된 시각에 김태석 시장 후보와 측근이 절 경내에서 명함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불심잡기’가 시작됐다.
 

뒤이어 하맹사 후보가 측근들과 함께 모습을 보이며 절 내를 누볐다.
법요식 시작을 30분여 남긴 시각 각종 카메라로 중무장(?)한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진철훈 도지사 후보가 경내에 들어온 것이다.
10여 분후 또 한 차례 많은 신문 방송 기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김태환 도지사 후보가 나타났다.
 

지사, 시장 후보 중 제일 늦게 모습을 보인 이는 김영훈 후보, 법요식 시작 3분전에 착석했다.
이들 5명의 후보가 경내에 들어오면서 절 집은 선거운동판이 되버렸다.
 

이들이 이동할 때 마다 기자들과 후보측의 촬영기사들까지 떼로 몰려다니니 보지 않은 이들도 현장 분위기는 상상이 될 것이다.
 

절 집도 당황했다. 5명의 후보가 전부 오고 법요식까지 함께 하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기호순으로 헌화와 헌향행사에 호명을 해야 했다.
그러니 또 난리다.
 

부처님 앞에 헌화, 헌향을 하는 이들을 촬영하기 위해 기자들이 앞을 막으니 사실 이들 후보들은 기자들 앞에 꽃과 향을 바치는 꼴이 됐다.
 

뿐만 아니다.
각종 기원과 예불 때도 앞줄에 나란히 앉은 이들의 모습을 찍으려는 기자들이 경건한 예불 분위기에 재를 뿌리고 말았다.
 

일부 후보들의 대웅전 참배는 상당수 유권자를 만난 후였다.
'당선'이 지상목표인 그들은 투표를 앞둔 유권자가 탄신일을 맞은 부처님보다 우위로 착각해서 그랬을까.
 

절 집의 경건한 행사를 그르치게 한 이들을 대자 대비하신 부처님은 용서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성심으로 예불하려고 절 집을 찾은 불자들의 속마음을 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소한 기자들에게 사찰임을 감안, 절 집 예의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자신들도 어깨띠는 풀었어야 했다.

후보들은 내일 새벽이라도 수행원 없이 절 집을 찾아 불탄일의 결례에 대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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