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사카 미야코호텔에서 ‘칸사이 제주도 민협회’ 주최로 <2008 납량간친회>가 열렸다.  고영관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일본.중국인의 기질을 3개국의 연주자를 예를 들고 말했다.

중국인의 연주가는 지도 선생의 말을 그대로 듣고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여 완벽성을 보여주지만 흥이 없다고 했다.

일본인의 연주가 역시 지도 선생의 가르침대로 연주하지만 그 사이 나름대로 약간 다르게 연주하므로써 인펙트를 끼친다고 했다.

한국인의 연주가는 지도 선생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주장을 일관하면서 눈물까지 흘린다고 했다.

짤막한 인사말 중에 3개국의 기질을 단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었다.

일본 풍토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기질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 잠깐 생각에 잠겼을 때 회장 인사가 끝나고 제1부 강연이 시작됐다.

일본인 인기 여배우 크로다 후쿠미 (黑田福美)씨가 강사였다.

이십여년 전 한국의 배구 선수 강만수씨의 시합을 직접보고 한국에 흥미를 갖었다는 50대 배우였다.

그동안 몇십차례 한국 방문은 물론 한국에 일년 이상 거주하면서 서강대에서 어학을 배우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저서도 몇권을 냈으며 한국동화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지성미 갖춘 여성으로서 일본 연예계만이 아니고 일본을 대표하는 친한파이다.

앞에 쓴것처럼 강만수 선수의 시합을 보고 한국에 대해 흥미를 갖고 그동안 경험했던 한국과의 생활을 얘기했다.

강연 속에 신선한 것은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여기 저기 많이 소개하지만  그 속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들의 격의 없는 인정에는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특히 그 중에서도 아주머니들과의 만남은 더욱 감동적이라고 했다.

정확한 그녀의 한국관이었다. 앞으로는 서울과 유명한 관광지만이 아니고 각 지방을 혼자서 돌아보면서 지방 문화를 일본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배낭을 등에 지고 혼자서 지방노선버스를 타고 답사하겠다고 즐겁게 말했다.
운전기사 바로 뒷좌석이나 옆좌석에 앉아서 물어보면서 찾아가겠다는 크로다 후쿠미씨의 발언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 있어 가슴을 찡하게 했다.

다음 달에 장훈 야구선수를 주인공으로한 드라마가 NHK에서 방영되는데 크로다씨는 장훈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식사회가 있었는데 부인회원들의 카라오케 노래자랑과 추첨이 곁들여 있어서 즐거운 자리였다.

특히 이 자리에서 돋보인 것은 고영관 회장이 회원들에 대한 대응 자세였다.

1부에서도 처음부터 강연회장의 제일 뒤에 있는 출입구 곁에 있는 자리에 앉았길래 강사를 맞기 위함과 배웅 때문에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납량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그 자리였다.

그리고 식사회 때는 이백여명이 참석한 전테이블을 돌면서 인사와 함께 술잔마다 마실 것을 따랐다.

필자가 참석한 도민회 모임에서 회장의 이러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제까지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메인 테이블인 제일 앞 좌석에 앉아서 지남철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마치고 퇴장할 때만 홀 밖에 서서 회원들을 배웅하는 것이 전부였다.

회원들이나 도민회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가네모치클럽: 부자클럽>이라는 빈축도 가끔듣고 있었다. 어딘가 베어 있는 집행부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이었다.

<오늘 회장님의 모습 아주 좋습니다. 맨 뒷좌석의 회장님 자리는 더욱 그렇습니다.> 필자는 솔직한 마음으로 회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기사로 쓸테니까 탐라문화제 참가건도 있으므로 한마디 부탁했다.

도민회는 앞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탐라문화제 참가 때는 문화답사를 위해 걷는 기획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골프를 치고 자동차 이동이 중심이었으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이러한 기획에서 탈피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따로 할말이 없다고 겸손해하던 고영관 회장이었으나 짧은 메시지속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금년부터 시작된 고회장 집행부의 참신한 이러한 기획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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