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프레스클럽 ‘신문은 가도 기자는 살아있다’ 발간 

 

폐간된 대한일보 기자들의 모임인 태평로프레스클럽(회장 강승훈)이 폐간 30년이 되는 해에 ‘신문은 가도 기자는 살아있다’는 책을 엮어 내놨다. 이 책에는 대한일보에 적을 두었던 기자들 60여 명이 신문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의 애환과 폐간 후의 가슴아픈 기억을 담아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제1부에서 ‘대한일보의 발자취’와 ‘언론 창달의 염원과 좌절’, ‘대한일보의 언론사적 의미’ 등을 담아 ‘사랑의 실천’을 사시로 삼았던 이 신문의 참모습을 알아보게 하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박용래, 이승우, 오건환씨 등 회우들이 기자 시대를 회고하는 회고담을 담았다.

제3부에서는 ‘차마 잊힐리야’라는 제목으로 같은 신문사에 몸담았던 백관수(白寬洙) 주요한(朱耀翰) 강영수(姜永壽) 등 언론 선배들을 추억하는 글과 관권에 의해 문을 닫게 됐을 때의 성명, 그리고 태평로 프레스클럽으로 뭉치게 되는 내력 등을 담고있다.

아파서 아무 데도 못나가고/ 그저 앉아서 전화나 받는다. 그 전화도 한 통화/ 해주는 친구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전에는 예사로 대했던 친구가/ 내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기미를 겪는다.

이 신문의 문화부장을 지낸 고 박재삼(朴在森) 시인은 신문사를 쫓겨나서 신세를 한탄하는 ‘무제’라는 시를 남겼다. 이 시인은 주옥같은 서정시를 쓰다가 1997년 6월, 64세의 나이로 타계하고 만다. 그뿐 아니라 회우들 중에는 30여 년 동안에 이미 세상을 떠난 동료들도 꽤 있다.

제주 출신의 강승훈 회장은 발간사에서 “60년 10월에 창간하고, 73년 5월 15일 지령 8622호를 끝으로 종간의 비운을 맞을 때 대한일보 기자들은 한국 언론계의 증인으로 반드시 재결합한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밝히고, “그 결의를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을 펴낸다”고 발간의 변을 말하고 있다.

그는 또 대한일보의 사장이었던 김연준 박사가 사랑의 실천을 신문의 사시로 내세우며 “아무리 지식이 넓고, 돈이 많고, 권력이 커도 언론인은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이 모여야 나라도 부흥하고 밝은 세상이 된다”고 늘 강조했던 신념을 추억하고 있는데, 신문다운 신문이 귀한 이 시대에 귀감이 되는 말이다.

“비록 불명예란 낙인으로 폐간되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정의로운 우리의 길을 우리 스스로 개척하여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신문인으로서의 진지했던 사명과 양심의 증인이 될 것을 마지막으로 다짐해 두면서 밝은 태양을 향해 우리는 간다.”

이것이 폐간에 대한 기자 대표의 결의에 찬 다짐인데, 이것이 오늘 책을 내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떠난 기자들이 ‘대한언론문화연구원’을 설립하고, 1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발간하도록 후원한 발행인 후계들의 물적 지원도 귀한 것이다. 
 (다락원 간, 730페이지, 값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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