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쿄토 게이한호텔에서 송재성(宋在星 74) 시인의 오행가(五行歌)시집 무규노다비(無馗の旅)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오행가라면 일본의 정형시 단가의 5,7,5,7,7의 글자 수에 맞게 5행으로 맺는 짧은 시이다.
한국의 시조와 같은 정형시의 하나이다.

<무규의 다비>란 뜻은 직역으로 사면팔방이 모두 막힌 상태에서의 여로라는 의미로서 어떤 보이지 않는 구속 속의 자유이다.

송재성 시인은 출판 기념회 인사에서 어느 책에서 발췌한 제목이라면서 비슷한 의미의 설명을 했다.

필자가 이 시집을 처음 다했을 때 오행가라는 생소함도 그렇지만 (무규의 다비)라는 의미를 전혀 몰랐었다.

이것은 필자만이 아니고 일반 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시집의 서문은 김시종 시인과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 우에다 마사아키 선생이 (81)쓰셨고 작품해설은 한구용 아동문학가이며 문학평론가가 쓰셨다.

김시종. 한구용. 송재성 선생은 시집 속에서 오행가라는 언어를 사용한 의미를 모두 제각기 설명했었다.

단가조이면서 단가라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오행가라는 언어를 선택한 것은 재일 동포로서의 내적 갈등과 반골 정신의 삶에 대한 표현이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 우에다 마사아키 선생은 재일 동포의 한과 혼이 깃든 시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단가와 오행가라는 언어 선택에 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이것은 출판기념회 인사말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김시종 선생은 자신은 자유시 속에서 작품을 써왔지만 송재성 선생은 일본의 정형시의 하나인 단가 형식 속에서 작품을 써온 점을 평가했고 한구용 선생은 오행가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우에다 마사아키 선생은 이 자리에서도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없었다.

일본 고유의 정형시인 단가 형식을 취하면서도 누구가 알기 쉬운 그 언어를 사용 않고 오행가라는 언어를 표제에 넣은 송재성 선생과 그에 대해 김시종, 한구용 선생의 견해는 동포만이 나눌 수 있는 아픔이다.

한편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이며 2000년 궁중가회(宮中歌會)에서 하이쿠를 읊으신 단가의 권위자인 우에다 마사아키 선생은 이 점에 전혀 언급이 없다. 이 대조적인 형상이야말로 이 시집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예는 단가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에 대해서도 일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시조를 삼행가 또는 삼행시라는 표현 방식으로 사용하는 예가 있는데 이때에도 그 언어가 갖고 있는 묘한 뉘앙스는 상반되는 입장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시조와 단가가 지나고 있는 한일양국의 정형시에 대한 거부감이 엿보인다.

(무큐의 다비)에는 모두 271편의 작품이 수록 되었고 망향, 반골 등 8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반드시 단가의 글자수와 맞지는 않지만 이 형식을 취한 흐름에는 변함이 없다.
작품 몇편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소개하고 싶지만 원작의 깊은 의미를 해칠 우려가 있어서 두편만 소개한다.

망향의 항목에서는


어머니의 한
이루지 못한 채로
무궁화 떨어지는
음력 시월달인가 (1990.10)

또 다른 항목(하나스스키) (꽃핀 억새)에서는

슬픔들을
소금에 절이고서
눈보라의 밤
나의 통곡의 술에
안주로 먹어 볼까 (1969.11)

이렇게 애처로움을 표현한 시가 있는가 하면 50여년의 작품 활동 속에 그 시대의 정치 상을 직설적인 어법과 풍자로 날카롭게 비판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송재성 선생은 1934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서 1937년 모친과 세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후 쿄토에서 경제인으로 활동하면서 재일동포 경제단체 및 지방행정의 국제교류와 조.일문화교류 회장등을 역임.

재일동포 문학동인지 (민도) (초적) (군성) 등의 발행에 관계하면서 많은 시가를 발표. 1996년 시집 (치노사비:피의 녹) 출판. 그 후 후진 육성과 학회 등의 연구회와 심포지움 대표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상은 시집 프로필에서 발췌 했다. 필자는 한구용 선생의 소개로 출판기념회 때 처음으로 송재성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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