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 같던 선거 철이 지나고, 지사와 시장과 지방의원들이 새로 뽑혔다. 이것으로 한바탕 축제를 치른 것처럼 지나가야 정상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선거문화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

우리 바로 전 시대 인물들 중에도 그런 평가를 받았듯이 누구는 잘 챙기고, 누구는 선거 철에 ‘도와줘 봤자 아무 대가도 돌아오지 않는’ 그런 인물도 있었다. 어느 후보가 정상적으로 잘한 것인지는 물으나 마나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예로 드는 것이지만 심지어는 시골 조합장을 뽑는 선거에도 나중에 누구는 상무이사, 또 누구는 뭐하는 식으로 사전에 조각을 다 해놓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야 반대 급부를 바라고 열심히 뛴다고 하니 세상 인심이 너무 얄팍해진 것을 알
수가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선거에 목을 매서는’ 우리의 선거문화가 성숙할 수가 없다.

좀 더 대승적 차원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사리를 챙기기 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할 사람을 뽑아야 하고, 도지사나 지방의원은 또한 정신 제대로 박히고, 그 지방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할 인물을  뽑아야 한다.

이번에는 뚜렷하게 금품 선거가 없어진 것이 드러났다. 제도 때문이긴 하나 아무튼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분석이 필요하지만 역대 선거 중 가장 투표율이 낮았다. 투표 시간을 두 시간씩이나 늘려봐도 이런 저조한 투표율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첫째는 선거에 임하는 도민 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무엇을 바랄지라도 멀리 있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가까운 대가를 바라고 사람을 뽑았다가는 재임 기간에 제주도 전체가 10년~20년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도지사나 국회의원 하려는 사람들이 상례나 혼례 집을 빠짐없이 돌아다니고, 안 오면 그들에게 표를 안 찍는 그런 행위야말로 “손에 베접 나는 것은 알고, 심장에 쉬 쓰는 것은 모른다”는 제주 속담과 일치하는 행위이다.

일단 누가 당선이 됐건 당선한 사람들은 도와 도민들을 위해 일하게 놔둬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바른 판단력을 가지고 이 섬의 선장 노릇을 제대로 할 것이 아닌가. “우리 집 잔치에 안 왔으니 나는 그를 안 찍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당선한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선거로 인해 도민들이 확연히 네 편, 나 편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민 사회가 나뉘면 앞으로 모든 일이 꼬일 수 있다.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자기 사람만 챙길 것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일할 사람들을 요직에 불러 앉히는 작업을 과감히 해야 한다. 공무원만 제대로 일해도 국가가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

민생과 환경과 챙겨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다시 후진국으로 후퇴할 수도 없지 않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제주도도 아주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제주를 다녀간 뜻 있는 인사들의 지적처럼 그 동안 우리는 개발이란 명목으로 너무 많은 자연을 해쳤다. 우리는 자연을 팔아 살아가면서 부단히 자연을 해쳐왔다.

개발을 하되 아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은 우리가 빌려쓰고 나중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일한 자산이다.

뽑힌 선량들에게는 박수를, 패배한 후보들에게는 격려를 보내며 상생의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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