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햇살에 뜨끈뜨끈 익어가는 아스팔트 위에선 벌써 숨막힐 듯한 열기가 뿜어져 올라오는데, 열린 차창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오는 노오란 꽃 빛 속엔 한낮의 열기에 짜증스러워진 마음을 녹여내는 청량한 향기가 묻어 있었습니다.
요즘 현대인들의 삶을, 나의 삶을, 갑자기 한여름에 비유하고 싶어졌습니다.하루하루
벗어나면 안 될까? 벗어날수 있을까?
잘 닦여 장애물 없는 아스팔트와, 몸만 실으면 다섯걸음의 움직임도 없이 실어나르는 자동차. 어디서나 잘 터지는 현대문명의 총아, 휴대폰. 편리하다고 하나하나 곁에 두어가게 된 낯익은 이 물건들이 날렵하게 인간들을 족쇄지우고, 구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노란 금계국, 이 또한 인간이 가꾼 인공의 아름다움 중 하나, 도드라진 화사한 아름다움으로 운전자의 눈길을 머물게 했습니다.
작은 것 보다는 큰 것이, 수수한 것 보담은 화려한 것이..인간들의 시야속으로 파고들기는 쉬운가 봅니다.
늘 들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산다고 생각하는 자신 조차도 이 꽃의 전하는 화사함에 한동안 심취해 들었습니다.
길거리에 차를 세우고 꽃속으로 파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앉아서 보는 큰금계국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고개를 하늘 높이 빼어 문 듯, 왠지 하늘을 날고 싶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벗어나면 안 될까? 벗어날 수 있을까?한낮을 향해 가는 초여름의 길거리에 큰금계국처럼 잘 어울릴 꽃이 다시 없을 듯 여겨지면서도, 아스팔트가 전하는 열기속에서,,매연속에서 벗어나고파 하는 흔들림이 마치 인간이 말을 하듯 꽃이 내게 속삭여 오는 겁니다.
카메라를 들고 꽃속에 한참이나 서 있는 나를 지나가는 차량들이 자꾸 쳐다보며 지나갑니다. 큰금계국과 아스팔트처럼 익숙해진 풍경으로 낯익어 가듯이, 이젠 나와 뗄레야 뗄수 없는 컴퓨터, 디카, 휴대폰, 자동차..., 어찌 하오리까?
가끔씩 나를 따라다니는 이 녀석들을 집에다 두어두고 산으로 가곤하지만...그래서 가끔 자유의 심호흡을 맛보지만, 이젠 어쩔수 없이 수많은 기계들에 속박되어 있는 나를 봅니다.
이 많은 편리함들 속에서 인간은 점점 바빠지기만 합니다.
자유가 실종된 자유의 나라에서 그래도 행복해져 볼려고 나름의 노력은 해봐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