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은 12월 10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는 문장을 보자

이는 바른 문장인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바른 문장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부터 시작한다.'를 흔히 사용하다보니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고 어디가 틀린 문장인지 아리송하다. 그렇지만 단어의 특성상 호응이 안 된다.

'~부터'는 어떤 일이나 상태 따위에 관련된 범위의 시작임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일반적으로 끝을 나타내는 '까지'와 짝을 이룬다.

따라서 위 예문은 '12월 10일부터 15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로 써야 한다. '민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썽이다', '영민이는 축구를 잘해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늘 선수로 뽑혔다.' 따위와 같이 '부터'는 '까지'와 어울려 써야 한다.

물론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다', '쉬운 문제부터 풀어라' 따위와 같이 '까지'가 붙지 않을 때도 있지만 뒤에 오는 서술어에 따라서 '부터'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터'의 쓰임에 대해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체언이나 '일찍, 이제, 미리, 벌써, 아까' 따위의 시간 부사, 또는 '-고, -아' 따위의 일부 어미 다음에 쓰이어 어떤 범위에서의 처음 시작점을 나타낼 때 쓰인다.
'사람은 처음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나는 이제부터 또 다시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와 같이 쓰인다.

둘째 어떠한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처음 혹은 먼저 함을 나타낼 때 쓰인다.
'우선 네 어머니부터 만나 본 다음에 이야기 하자.', '뜨거운 사랑도 없으면서 결혼부터 하고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와 같이 쓰인다.

셋째 그것이 다른 행위나 상태의 기본이 됨을 나타낼 때 쓰인다.
'언어 구조부터 다르게 출발하는 사투리는 사고하는 방법에서도 많은 차이를 반영한다.',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 일부터 예사롭지 않았다.'와 같이 쓰인다.

넷째 말하는 이가 어떤 행해진 행위에 대해 기준시보다 이르게 행해졌다고 생각함을 나타낼 때 쓰인다.
'아무리 전기를 아낀다고 해도 초저녁부터 불을 끄는 법도 있나?', '식전부터 웬일인고?', '대낮부터 웬 술이야?'와 같이 쓰인다.

다섯째 '처음, 당초, 본시, 원래, 평소' 따위의 원래 '처음'을 뜻하는 명사에 붙어 쓰이어 강조의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원래부터 남을 야단치지 못할 만큼 마음 약한 아버지였다.', '늘 적당한 자극을 받아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힘을 평소부터 길러 두는 것이 적당한 건강 대책이라 할 수 있다.'와 같이 쓰인다.

특히 '부터'는 일이 진행되는 바로 그 순간의 개념인 '시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시작'이 정확한 시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예문에서 '12월 10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는 '12월 10일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로 해야 올바른 문장이다.

이처럼 단어의 특성에 맞춰 앞뒤 호응이 잘 되도록 해야 올바른 문장이다.

다음에는 '~로부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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