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작은 섬임을
나를 버려야 알았다

너와 마주 앉으면
맑은 눈만 보인다

돌아서 혼자 걸으면
숨소리까지 들린다

너 또한 작은 섬임을
네가 떠나야 알았다

-고성기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에서

<지은이> 고성기(1949~ ) : 북제주군 한림 출생.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87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
제주시조문학회 회장, 제주여고 교사(현재).
시집으로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외.

섬을 떠나 멀리 있을 때 파도소리에도 옷이 젖는다는 시인.
고성기 시인은 결코 고향을 버릴 수도, 떠날 수도 없는 토박이 시인이다.
그의 시조들은 사람과 섬의 정취로 점철되어 있다.
고향의 어머니, 바다와 섬, 그리고 파도 얼룩진 비극의 4·3에 대한 통한의 아픔을 사랑으로 다스리고 있다.
'맑은 눈만' 보이고, '숨소리 까지' 들리는 작은 섬. '섬을 떠나야 섬이 보인다'는 그의 시적 추상성은 강한 향수심을 안고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문행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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