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일) 이쿠노쿠 죠센이치바(朝鮮市場)에서 <2008년 좋아요! 코리어타운 공생 마쓰리(축제)>가 열렸다. 한류 붐과 함께 매년 성장하고 있는 마쓰리이다.

<우리도 그날 김밥등을 만들고 팔았습니다. 꽤 많은 손님들이 왔었습니다> 타카다 쇼오텡 <高田商店>의 기둥인 고옥순씨(49)와 오성애씨(41)가 김치를 사러간 필자에게 들려주었다.

오사카 이쿠노쿠에 있는 죠센이치바는 재일동포의 발상지라고 불려오고 있다. 역사적 사실로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장 한반도적<한국적>인 풍습과 문화가 응축된 시장이다.

백십여 가게가 오밀조밀 들어서 있는 죠센이치바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토오리쇼오텡가이(御幸通商店街)다.

그것을 동포들이 우리 식료품들을 많이 팔고 있기 때문에 <죠센이치바>라고 하는데 일본 메스컴들이 몇년전부터 <코리어타운>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그 명칭이 정착화되고 있다.

이 상점가의 주최로 열린 마쓰리인데 이곳에는 세개의 단체로 상점가가 나눠져 있다. 동쪽편은 미유키토오리히가시쇼텡가이, 중앙은 미유키토오리쥬우오쇼오텡가이며, 서쪽편은 미유키토오리쇼오텡가이다.

이번 마쓰리를 주최한 곳은 중앙의 미유키토오리쥬우오쇼텡가이며 두군데는 협력단체로 참석했다.

<공생(共生)>이란 단어는 재일동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다.  차별 속에 생활하고 있는 소수민족인 우리동포들이 일본인들에게 <같이 살자>는 의미에서 부르짖는 단어이다.

그런데 죠오센이치바에서는 이것이 역전되고 있다. 압도적으로 우리 시장들이 많고 거꾸로 일본 시장들이 위축된 상태이다.

<좋아요! 코리어타운 공생 마쓰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누가 봐도 우리 문화의 선전 표현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양손들고 환영 못하는 단체가 동쪽편과 서쪽편 상점가의 일본인 임원들이다.

필자는 양쪽 상점가의 임원진들을 비난하기 위해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두둔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쓰고 있다. 그들의 착잡한 마음의 갈등을 이해해야 한다.

소수인 동포들이 다수인 일본인들에게 공생을 부르짖고 있는 아픔을 역전돼버린 이곳 죠센이치바에서는 동포들이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 갈등의 벽을 넘었을 때 새로운 차원의 공생이 이뤄질 것이다. 설명이 길어져 버렸다.

<타카다쇼오텡>은 중앙의 상점가가 아니고 서쪽편의 상점가이다. 거리로 따지면 중앙이나 서쪽편이나 별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소속 단체가 다르니까 필자가 걱정돼서 물었더니 자기네는 적극적으로 참가했다고 한다.

그녀들의 해바라기 웃음과 말에 필자는 기뻤다. 일세들이 김치가게를 차리고 꾸준히 지켜온 것을 동포 이세들이 같이 거들면서 그 전통을 지켜왔다. 그런데 타카다쇼오텡은 다르다.

90세인 고기생 할머니가 젊었을 때부터 가족 도움없이 김치가게를 꾸려왔다. 고옥순씨와 오성애씨는 제주에서 살다가 일본에 와서 결혼을 하고 타카다쇼오텡을 지키고 있다.

고옥순씨는 고기생할머니의 조카이고 오성애씨는 손녀이다. 그리고 고할머니의 딸 오정자씨(65)와 사위 김진구씨(68)도 초등학교 교사와 대학교수를 정년퇴직하고 부산에 살고 있지만 일본에 와서 가게일을 돕고 있다.

즉 새로운 신일세 가족들이 몇십년을 꾸려온 가게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옥순씨와 오성애씨는 가게 꾸림만이 알차고 착실한 것이 아니고 가정 꾸림도 돋보인다.

일본인과 결혼한 고옥순씨의 아들 오쿠무라유우지<奧村裕二>군은 일본에서 손꼽는 오사카대학 공학과에 재학중이다.

오성애씨는 자녀 셋을 모두 민족학교인 건국학교에 보내고 있다. 장남 황병호군은 고등학교, 장녀 미나양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벤드부에서 각각 트롬본와 후르트를 불고 있는데 건국학교의 벤드부는 오사카부를 대표하여 일본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실력을 갖고 있다.

막내 정호군도 건국유치원에 다니는 민족학교 가족이다.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와서 김치가게를 꾸려온 고할머니는 이제 90이다.

지금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게에 나와서 마늘까기와 콩나물 다듬기 등을 거들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60대까지 민단지부 부인회 임원을 역임하는 한편 1970년대는 새마을부인회를 조직하고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에 팔각정을 세웠다.

고할머니의 인생과 혼이 가게 구석구석에 깃든 타카다쇼오텡이 대를 잇고 이어가기를 바란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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