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정지용시인 시비가 쿄토 도오시샤(同志社)대학에 건립되었다.

시비 건립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고향 충북옥천군과 옥천문화원, 도오시샤대학 주최로 도오시샤 대학에서 지난 5일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문인협회에서는 김년균 이사장, 김송배 당협회 시분과회장, 당협회 평론분과회장이시며 (정지용기념사업회) 회장이신 오양호 인천대학교 명예교수 등 37명의 문인과 옥천군에서 이인석 옥천문화원장을 비롯하여 17명이 참가했다.

이날은 때아닌 비바람이 아침부터 쿄토를 몰아쳤으나 일행이  도착한 두시경에는 거짖말처럼  맑게 개었다. 세시부터 제1부 시비 헌화제가 있어서 대학 교정에 세워진 정지용시비 헌화와 함께 시비에 새겨진 (압천)의 시낭송이 있었다.

그후 정지용시비 바로 옆에 있는 윤동주 시비에도 같이 헌화를 했다.

제2부는 시비 바로 앞에 있는 명덕관에서 홍금자 시인의 (고향)과 (향수)의 시낭송이 있었고, 윤수아 시인의   (향수) 노래가 있었다.

사전 테스트 없이 넣은 테프 조작이 잘 안돼서 반주없는 노래를 피로했지만 윤시인의 맑은 목소리와 그 곡의 선율의 아름다움에 감짝 놀랐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필자는 (향수)라는 시의 곡이 있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제3부의 세미나에서는 도오시샤대학 사회학부 우지고오 쓰요시 교수의 (도오시샤대학과 한국문인)강연이 있었다.

해방전 도오시샤 중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녔던 한국인 유학생은 모두 677명이었으며, 문인으로서는 오상순,  김말봉, 정지용, 김태환 윤동주가 재학하고 있었다.

윤동주 시비는 1995년에 건립되었으며 3년전 정지용 시비가 건립됨으로써 당대학 이념의 하나인 국제주의의 증명이라는 우지고오교수의 강연은 설득력이 있었다.

일본 어느 대학에도 유학생의 시비는 없으며, 도오시샤대학에는 당대학 출신의 일본문인의 문학비 하나도 없는 것을 생각할때 획기적인 일이었다. 현재 당대학 한국인 유학생은 90명이 재학하고 있다.

다음 강연은 심원섭 와세다대학 문학부 객원교수의<김종한이가 본 정지용>강연이 있었다. 김종한은 정지용이 (문장)을 통해 데뷔시킨 시인이었다.

김종한은 1914년에 태어나서 1939년 데뷔하고 1944년에 30세라는 나이로 요절했지만 그의 업적에 주목해야 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1943년에 일본어로 번역한 (설백집:雪白集)의 시집은 김소운의 번역시집(조선시집)과 같은 해에 나와서 그에 못지 않는 평가를 받을 만한 면모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잘 알려지지 않는 김종한 시인에 대한 심교수의 조명은 참으로 신선했다.

마지막으로 오양호 정지용기념사업회 회장으로부터 <정지용기념사업회고>의 보고는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8년 쿄토대학 객원교수로 부임했을 때 윤동주 시비를 보면서부터 정지용 시인 알리기가 시작되었다.

도오시샤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정지용 시인을 당시 대학에서는 아무도 몰랐었다.

우선 도오시샤대학에 유학온 한국학생들에게 정지용 일리기가 시작되어 도오시샤고등학교, 쿄토대학 등에서 강연을 개최하면서 활동범위를 넓혀갔다.

이러한 내용이 일본 신문과 T.V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정지용기념사업회>를 창립하고 회장직을 맡았다.

그후에도 이어령 전문화부장관을 비롯한 강사들을 초대하여 쿄토에서 심포지움을 개최하면서 시비 건립화를 추진 시켜나갔다.

이때 스스로 <정지용기념사업회>통장을 쿄토 은행에 개설하여 일화 일만엔을 저금했다고 한다.

이렇게 스스로 앞서고 활동하면서 한일양국의 유지는 물론 정지용 고향 옥천군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속에 시비를 건립하기 되었다.

필자는 이날 쿄토거주하는 아동문학가이며 문학평론가인 한구용선생과 현지 참가해서 김년균 이사장님의 소개로 오양호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체구에서 그 정열과 행동이 어디서 나올까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그 노력과 업적은 높게 평가 받아야 할 일이다.  2002년에는 일본어 번역시집(정지용시선)도 펴냈다.

이날 문협행사로 무척 바쁘신 김년균 이사장님은 세미나에 참석하시고 다음날 아침 바로 귀국하셨는데  이 행사의 중요성과 한국유학생었던 정지용, 윤동주 시비 건립을 위해 많은 배려를 해준 도오시샤대학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김년균 이사장, 김송배 시인 등의 토론도 마련되었었지만 시간 관계상 취소된 점이 아쉬움이 하나였지만, 큰 결실을 맺은 <정지용시비건립 3주년 기념>행사였다. <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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