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감상이 어떻습니까?>
<엣?>
취재를 마치고 김명희(金明姬. 59)화가와 스낵빠에 들렀을 때 김명희씨가 필자에게 물었다.
그렇구나.
취재를 하면서 김명희 화가에게 여러가지 질문은 했었지만 필자가 느낀 점은 별로 얘기하지 않았었다.
<저고리의 배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마가 없는 저고리만 다섯개 약 2미터 정도의 높이에 걸어 놓고 약 3미터 길이의 스커프를 그 밑과 옆에 걸었었다.
치마없이 걸어논 저고리만을 상상할 때 그것은 을씨년스러운 허수아비를 떠오르게 한다.

또 치마 저고리라는 한복의 셋트를 생각할 때 분리 시킨다는 발상은 어렵고 모험적이다.

이것을 다섯가지 색으로 덧칠하면서 스스로 제작한 스커프를 저고리와 배열한 연출은 무척 신선했고 인상적이었다.

수학 공식처럼 분리 시킬 수 없는 치마 저고리라는 개념을 외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그 도전과 조화의 미에 솔직히 놀랬다.

일본 전통 가옥이 그대로 남아있고 철저히 보존하고 있는 쿄토, 기온(祇園)에 있는 갤러리 카기야(鍵屋)에서 김명희 개인전은 12월 13일부터 21일까지 열리고 있었다.

우정출품으로서 안자이기미애(安齊喜美江)씨와 후다하마유미(二葉眞弓)씨가 참가한 전시회였다.

김명희씨의 작품에는 여러종류의 장르가 있었다. 램프작품은 8개 였는데 지름이 22센치, 높이가 75센치인 원형으로서 일본 화지에다 그린 그림을 견고한 철사틀로  만든 곳에 붙인 작품이었다.

원형에 맞게 그리고 둘러 붙인 그림이 한장으로 된것이 아니고 56매에 그린 그림을 모자이크처럼 붙였었다.

스커프의 그림처럼 색채는 환상적이었다. (기원)이라는 7점의 작품은 불교의 반약심경을 쓰고 백팔번뇌를 색색의 실을 이용한 바느질로 표현했었다.

또 인연의 (연)이라는 두개의 작품은 원을 그리면서 그 곳에도 반야심경을 썼는데 한군데가 이어지지 않았었다.

(완전한 원을 그렸을 때 그것은 막힘을 뜻하기 때문에 한군데는 열어 놓았습니다)

도중에 끊어진 원을 의아스럽게 보는 필자에게 김화가가  들려주었는데 구속과 막힘이 없는 여유로운 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그림(상처 받기 쉬운 존재)라는 영어제목의 두 작품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그 해석이 다를 수 있는 추상화였다.

이외에도 직선은 물론 교차되는 각도(角度)의 선을 철저히 배제한 원을 중심으로한 추상화가 십여점 전시되고 있었다.

테마는 원이었다는 김화가의 말처럼 그 원이 갖고 있는 부드러움과 안정감이 아담한 갤러리 1.2층에 맴돌고 있었다.

1층 가운데와 안쪽에는 안자이씨와 후다하씨의 작품이 있었다.

안자이씨는 일본에서 퀼트작품이 주목을 받기전부터 제작해 왔다고 하는데 모두 3점이 전시돼 있었다.

작품 하나는 일년반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데 순백의 천을 이용한 역작이었다.

작년에 오사카 다이마루백화점에서 세계 퀼트전이 있었는데 미국의 원주민들이 이백여년전에 만든 작품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작품 하나 만드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됨으로 퀼트는 평화를 상징한다는데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후다하씨의 작품은 (마이하시)의 주머니와 넥타이 그리고(바늘꽂이)었다.

(마이하시)는 나의 젓가락이라는 의미이다.

마이하시는 요즘 일본에서 유행되고 있는데 자원과 환경문제 차원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자기 젓가락을 천으로 만든 헝겊주머니에 넣고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가게에서 사용하는 와리바시(나무젓가락)가 절약된다.

이 주머니 또한 큰 천을 사용하지 않고 기모노 만들다가 남은 조각들을 이용하거나 낡은 기모노 뜯은 천을 재료로 만든다고 했다.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천을 이어서 두장을 겹쳐 주머니를 만든다. 그리고 한쪽 끝은 꺾어서 그곳으로 젓가락을 넣고 말아서 갖고 다닌다.

안정감 주는 색의 천을 이용해서 만든 주머니는 다른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넥타이는 김명희씨가 제작한 스커프와 같은 디자인이었는데 5개 모두 커다란 잉어의 밝은 무늬(모양)들과 흡사했다.

한국 갔을 때 치마 저고리 만들다 남은 조각천을 갖고 와서 만들었다는 바늘꽂이는 앙증스러웠다.

모두 5개였는데 조각천마다 똑 같은 간격을 손으로 깁고 안에는 탄탄한 솜을 넣었는데 송편 두배의 크기였다.

세 사람의 출품 작품은 모두 67편이었는데 개성에 넘치는 작품들이었다.

김명희씨는 서울 태생으로 약 33년전에 내일하여 현재 쿄토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를 기념하여 (한일라이후마스크 2002)프로젝트를 3년간에 걸쳐 각지에서 성공리에 개최하여 주목 받았으며 세계 각국에서 개전, 그룹전을 열었다.

금년에도 미국 바몬드주의 SIT대학과 쿄토 리쓰메이칸 대학에서 전시회와 워크숍을 갖었으며, 10월에는 토쿄 긴좌에서 개전을 열었다.

내년에는 2월에서 3월까지 약 일개월간 동해쪽에 있는 후쿠이현 타카하마쵸에서 전시회를 갖을 예정이라고 한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