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꽃

섬이 울면 
꽃은
무더기로 피었다

바람 센 곳에서
사랑을 기다리는
눈 먼
동그라미의 행렬

하얗게 하얗게
바닷가를 물들였다

사흘 동안만 저 꽃 속에
그리움을 숨겨두자
두고두고 어둠으로 오는
나의 고독을 인내하여 

-강종완 시집
 ‘애삐리'에서

<지은이> 강종완(1962~   ) : 남제주군 남원읍 태흥리 출생.
 제주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0년 ‘시대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손바닥에 쓰는 편지’외 현재 ‘시대시’ 동인.

파도의 몸살에 젖어 하얗게 울고있는 순백의 꽃, ‘섬이 울면’ 사랑의 기다림에 눈이 멀었다. 바다는 온통 울음의 목을 놓고 순백의 꽃들은 바다의 몸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움’을 감춰두고, 어둠의 바람 속에서 외로움을 참고 견디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고작 ‘사흘 동안만’ 소박한 욕심을 내고있는 시적 화자의 분신은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있음인가.


 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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