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

……………< 전  략 >……………

희미한 안개 가운을 걸친
바다 물결은
갯지렁이로 꿈틀거리는데

낚아올릴 때마다 젓는
손가락의 환희여

나도 제발 낚시 바늘에 꿰인
고기처럼  밀고 당기고
팽팽하게 살아봤으면

생각이 거미줄을 치는 동안에
홍시처럼 익어가는 일출

-김희철 시집
 ‘침대높이'에서

<지은이> 김희철 시인은 1992년 <시세계>, <오늘의 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제주대학교 대학원(국문학과) 졸업, 현재 신성여중 교사로 재직 중임. 시집으로 「기다림 강가에 놓으면」외 여러 권이 있음.

밤낚시를 해본 사람이면 안다. 어둠 속 출렁이는 바다물결에 흔들리는 낚싯대, 끼의 느낌은 손가락 끝에서 비롯되어 심장을 타고 머리끝까지 전율되어 올라온다. 팽팽한 삶의 희열의 순간, 바다의 껍질을 깨트리며 차고 올라오는 작은 생명의 파닥거림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기쁨의 순간이다. 그것처럼 팽팽하게 살고싶다는 시인의 욕심은 실감이 난다. 밤새 하나의 생명줄을 늘어뜨리고 <사유의 거미줄을 치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홍시처럼> 붉게 익어오는 아침을 맞는 시인의 마음에 동감이 간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명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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