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의 고백

비야
무너지는 들판
볏단들이 일어나
강강수월래를 한다

지난(至難)했던 불볕 더위 속
천리 길 달리던 단말마
신음하던 영인의 입술 닿자
가시넝쿨 가슴 팍에
꽃잎이 파르르
………<후  락>………

 

-김정신 시집
 ‘묘비 묘비 묘비'에서

<지은이> 김정신 시인(1961~  ) 제주 출생.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91년 (시세계)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 제주 MBC 여성백일장 장원. 시집으로 ‘묘비 묘비 묘비’가 있음.

 <허상>이란 미명 아래 소외 당한 인간의 존재의식이나 사랑의 관념은 비에 젖는 볏단처럼 비극적일 수 밖에 없다.
비록 그것들이 따뜻한 연민의 심혼에 불을 지핀다 해도 역설적인 사랑의 정한(情恨)으로 남을 뿐 실질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至難)했던 삶의 질곡을 거치면서 슬픔과 고통의 강을 건너본 이는 안다. 절망은 사랑으로 되살아나고 꽃잎처럼 연약하게 떨리는 가슴은 그리움(희망)으로 다스려져야 한다.
 시인의 사랑 고백은 마른 가슴에 생명을 주고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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