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0)을 향한 국민적 관심은 영화 ‘마린보이’(감독 윤종석·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홍보를 도왔다. 톱스타급 배우는 없었지만, 2월 개봉작 가운데서도 관심 집중 작품이었다. 국대 최대 수중 액션 촬영, 마약을 다룬 범죄 액션물 등 포장은 기획 단계부터 이목을 끌었다.

전직 수영선수를 연기하는 김강우(31)의 근육질 뒤태 티저 포스터는 미끼로 작용했다. 그러나 겉 만으로는 내용물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진리가 새삼 드러났다. 3류 포스터 티저 광고를 내민 뒤 콘텐츠로 빵 터뜨린 ‘과속 스캔들’과 노선을 달리한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마린보이’ 열차가 달린다.

극중 ‘마린보이’는 바닷 속 마약 운반책을 지칭한다. 외국에서 마약을 들여오려고 항문, 목구멍에 마약 봉지를 쑤셔 넣었다는 전설이 있다. 하지만 이 마린보이 작전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적발되면 즉시 바다로 뛰어들었고, 식인상어의 먹이가 됐으리라는 추측이 나돈다. 상어가 마약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기 때문이란다.

그럴 듯하면서 기막힌 만화적 상상력이 영화로 투영된다. 도박으로 빚더미에 오른 천수(김강우)가 마약 조직 강 사장(조재현)에게 ‘마린보이’로 채택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빚을 갚아주는 대신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마린보이 작전이다.

초반 등장하는 세로 앵글을 활용한 독특한 화면 구성은 신선하게 표현된다. 마린보이와 물고기떼의 물 속 만남은 해양 다큐멘터리를 연상케도 한다. 에메랄드 빛 바다색과 물 속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영화적 영상미와 별개로, 내용 전개는 산만하기만 하다. 범죄 액션물이라지만 스릴과 긴박함을 도무지 느낄 수 없다. 코믹 영화에 더 가까울 법한 가벼운 음악들은 ‘마린보이’의 영화적 포지셔닝을 의심케 한다. 도박, 마약 등 어두운 범죄적 요소들과는 별개로 색감은 밝고 화사하다.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김 반장(이원종)의 존재는 산만함을 배가시킨다. 유리(박시연)와 천수의 비밀스런 관계에서는 예상 가능한 반전을 제시한다. 강 사장과 유리의 사소한 관계에까지 약간의 반전을 숨겨놨다.

인물 관계에 적용되는 반전은 영화를 진실게임으로 빠뜨리지만, 거듭되는 반전에 반전 가운데 무엇 하나 내세울 만한 반전을 찾기 힘들다. 인물 관계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니 반전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려던 의도는 ‘갈팡질팡’이 돼버렸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범죄 장르를 표방하면서도 멜로, 코믹 등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한 ‘마린보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범죄 영화로 시작해 멜로로 전향했다가 코믹으로 마무리된다.

특히 “잘 가라~ 마린보~이”란 대사는 압권이다. TV 과자CF 속 치타류 캐릭터의 “언젠가~ 먹고 말거야~” 말투에 대입해 봄직하다. 어린이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당 캐릭터는 관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한다.

★★ 긴장과 스릴이 넘치는 영화일 줄 알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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