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장관으로 이라크 전쟁을 개시하고 당대를 풍미하던 도널드 럼스펠드 전 장관이 지난 2일 워싱턴 DC시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타지 못하고 걸어간 것이 목격됐다고 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한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네오콘의 기수로서 공화당 총동원령을 내렸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면서 부시 정부의 재선에 공을 세웠던 그가 이제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나니는 평민으로 돌아간 것이 화제가 된 것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럼스펠드 전 장관은 DC시내 듀퐁서클 부근 지하철 역 부근에서 눈이 내려 길 상태가 엉망인 가운데 거리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최근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맞아 오바마의 사진이 담긴 지하철 재충전카드를 손에 쥔 채 내려다 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모습이 한 기자의 눈에 목격된 것이다.

지하철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때 차량의 통행을 막는 대신'스마트트립'이라는 정액권 카드를 대대적으로 판매, 미국 시민들로부터 기념품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럼스펠드는 "조용히 서서" 그 카드를 유심히 보면서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다가 이윽고 버스가 오자 타려고 다가섰다.

그러나 그날따라 눈길에 사람들이 차량 운전 대신 버스를 많이 타는 바람에 버스가 만원을 이뤄 더 이상 올라탈 수 없었다.

그러자 럼스펠드는 잠시 섰다 버스 타기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자신이 가려던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를 주시했던 한 기자는 "그는 언덕 아래로 걸어내려갔고, 그런데로 괜찮아 보였다"면서 "그는 눈길에 넘어지거나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때 워싱턴에서 가장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아 기자들과의 마찰도 많았던 그가 이제는 쓸쓸히 버스를 기다리다 그 마져도 타지 못하고 걸어가는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럼스펠드는 지난 2006년 사임한 이후 주로 언론의 눈에 띠지 않으며 지내왔었으며, 자신의 활동을 근거로 한 비망록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출판 소식은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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