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창 담당.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이것은 “길”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이다.

이러한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널찍한 신작로가 있는가 하면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도 있고 동네 골목길, 해안길, 오솔길, 숲길, 돌담길 등등...

다양한 길들이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우리 주변에는 널리 산재되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활이 자동화되고 현대화되면서 우리 일상에서는 “길” 보다는 “도로”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버린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길”이라는 말에는 우리에게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할 만큼 정감이 서려있다.

 “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게 나그네다. 그저 자그마한 등짐 하나 짊어지고 산수풍경과 마을 인심을 벗 삼아 유유자적 인생을 노래하며 길 위를 걷는 나그네. 그에게는 운동화 한 컬레와 노잣돈 몇 푼이면 충분하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시인 박목월 선생은 이렇게 ‘나그네와 길’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시인이 표현한 나그네가 가는 삼백리길. 술이 익는 고향 같은 포근하고 정겨운 길이 서귀포에 있다. 그게 바로 제주 올레길이다.

제주 올레길은 성산에서 대정까지 11구간으로 나누어진 사백리 길이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만든 길이 아니다. 제주 자연이 만든 조각품이다.

그 길을 걷노라면 풀냄새를 맡으며 파도소리를 듣고 하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정겨운 사람들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오름에 올라 한라산 오백나한 영실에서 잉태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인심 좋은 마을 어귀 정자에서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며 길섶 억새무리 너머로 송악산 석양을 바라 볼 적이면 그 장관은 나그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제주 올레길이 나그네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들을... <정윤창.서귀포시 경제분석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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