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핸드폰. /뉴시스
영화 ‘핸드폰’은 생활, 일상 스릴러를 표방한다. 핸드폰이라는 익숙한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익명성의 폐해, 현대인이 겪는 압박심리와 같은 사회의 문제점들도 발견된다.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이야기로 나뉜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남자가 핸드폰을 돌려받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부분, 핸드폰을 주운 남자와 잃어버린 남자가 복수에 복수를 펼치는 스토리로 분류된다. 보편적인 기승전결 구도와는 다르다. 감독이 이를 의도했는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남다른 것만은 확실하다. 중간 결말, 최종 결말이 존재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싱겁게 끝나는구나’란 실망감은 시간이 경과함과 동시에 ‘질질 끄는구나’라는 또 다른 실망감으로 변질된다. 맨 마지막 반전은 불필요한 사족으로도 보인다. 이제 영화가 거의 끝났겠구나, 짐 챙길 준비를 하는 관객에게 아주 긴 반전을 제공한다. 뭔가 진척될 듯 붙들어맨 긴장감은 이야기가 늘어지면서 힘을 잃는다. 스릴러의 묘미를 스스로 놓기 시작한다.

애초 이 영화는 휴대폰 간접광고가 아닐까라는 눈총을 받았다. SK텔레콤이 배급한다는 점도 이같은 의심을 일정부분 거들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핸드폰 대부분이 SK텔레콤 전용기기다.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의 PPL은 아니다. 핸드폰의 성능을 자랑하거나 최신 기기를 뽐내는 식의 광고 메시지는 없다.

그러나, 반전이다. 생각지도 않은 대형 할인매장 간접광고가 핸드폰 PPL을 앞선다. 사이코 기질을 보이는 정이규(박용우)가 일하는 특정 마트가 부각된다. 해당 마트에 걸린 ‘고객을 위하는 행동지침’이 대문짝만하게 등장한다. 친절사원 정이규의 성격은 대형 할인매장이 광고하는 ‘고객은 최고’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핸드폰을 주운 놈’ 정이규는 이렇다. 생떼, 행패를 부리는 고객들에게까지 머리를 조아리며 무조건 고객 사랑을 실천하는 친절맨이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어디에 풀어야 좋을지 몰랐던 그에게 우연히 핸드폰이 찾아왔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놈’ 오승민(엄태웅)의 상황도 만만찮다. 빚쟁이들의 독촉에 백척간두에 선 매니저 승민은 자신이 관리하는 여배우에게 온갖 기대를 건다. 점차 상승곡선을 타고 CF 출연제의도 들어올 즈음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느니, 바로 여배우의 치명적인 섹스 영상이다. 문제의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잃어버리면서 눈이 뒤집힐 지경이다.

핸드폰을 쥔 사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여기에 익명성까지 보장되니 금상첨화다. 정이규는 핸드폰을 돌려줄듯 말듯 협박하며 오승민의 숨통을 조여온다. 처음에 “이 새끼야 내놔”하며 막무가내로 나갔던 오승민도 차차 “선생님 돌려주세요”로 어투가 바뀐다. “돌려 받고 싶으면 내 말 들어”, 약점을 쥔 자의 요구는 끝이 없다.

오승민은 핸드폰을 돌려받기 위해 정이규의 부탁을 모조리 들어준다. 덕분에 정이규는 직장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핸드폰으로 푼다. 여기에 익명성까지 보태지면서 그의 주문과 협박은 점점 도를 넘어선다.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협박과 회유는 격한 분노로 이어지며 사이코적 양상을 띤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승민은 영상이 아닌 핸드폰 자체, 목소리의 실체에 집착한다. 정이규를 잡아 자기 손으로 처단하겠노라 다짐하며 진정한 복수를 꿈꾼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나면서 중간 결말이 마무리된다.

이제부터는 영화 ‘핸드폰’의 최종결말이 남았다. 승민이 이규를 처단하면, 다시 이규는 승민에게 보복하는 식의 복수극으로 이어진다. 영화 ‘싸움’ 속 설경구, 김태희가 벌였던 그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영화 ‘핸드폰’에서 다시 보게될 줄 미처 몰랐다. 러닝타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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