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 전화번호’라는 ‘010-2233-1318’이 떠돌고 있다. 전화를 하면 구준표가 남긴 기계음을 들을 수 있다.

LG텔레콤이 10대 전용 요금제 팅링 광고 시리즈에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활용, 재미를 보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 높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모델로 앞세웠다. 제품 실수요층을 공략하는 광고 전략이다.

크리에이티브적 측면은 약하지만, 일단 광고 효과는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잘 생기고, 키 크고, 멋진데다 돈도 많은 킹카가 해당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장황한 설명이 단숨에 정리된다. 드라마 중 ‘F4’가 이 요금제를 광고하고 있다.

‘F4’의 리더 ‘구준표’는 10대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극중 구준표와 연기자 이민호(22)를 혼동할 지경이다. 이민호를 좋아하는 것인지, 구준표에 열광하는 것인지 경계가 애매하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민호 전화번호가 아닌, 구준표 전화번호를 흘렸다.

TV를 본 청소년들이 즉각 반응했다. “전화하라”는 구준표님의 주문에 너도나도 버튼을 눌렀다. 기계가 받는다. “이 구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나본데. 나를 안다면 이렇게는 못할 텐데. 잘생겼지 키 크지 돈 많지 똑똑하지. 어떻게 이 구준표님이 안 보고 싶을 수가 있어. 그래서 또 전화한 건가?”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통화 연결음처럼 흘러나오는 이 메시지는 유료다. 10초에 18원 정도의 통화요금이 빠져나간다. 통화연결음이라 믿고 구준표님의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가는 부모에게 혼날 수 있다.

광고주는 기분 좋은 부작용도 즐기고 있다. 이 번호와 유사한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제보다. 노이즈 마케팅이 의심될 정도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광고 효과의 일종으로 봐야한다.

전화번호 노출 광고는 잘만 하면 1석3조의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TV광고를 통해 1차로 이목을 끌고, 관심을 갖고 전화를 건 소비자에게 2차적으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2중 효과를 누린다. 통화료의 일부를 챙길 수 있다는 덤도 있다.

이런 광고 전략에서는 SK텔레콤이 선구자 격으로 통한다. 2001년 영화배우 한석규가 등장한 SK텔레콤 CF에서도 전화번호 노출 전략을 썼다. 넌지시 건넨 전화번호를 캐치, 전화한 시청자들을 겨냥해 “여보세요. 네, 한석규입니다. 호기심이 참 많으시군요”라는 녹음 메시지를 쐈다.

KT전화 광고는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 전략을 활용했다. 가수 성시경이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광고 도중 번호가 노출되고, 이를 자막으로까지 고지했다. 이 번호를 누르면 성시경의 노래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링크를 건 셈이다.

LG싸이언 광고의 김태희 전화번호 공개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생 이완이 핸드폰 버튼음으로 누나 번호를 들려주는 CF다. 버튼음을 유심히 듣고 전화번호를 맞히면 김태희와 통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상품으로 걸었다.

이같은 전략은 쌍방향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일방향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TV광고의 한계를 넘어선다. 시청률, 제품 판매량, 호감도 조사 등 간접적인 측정 수단으로 광고 효과를 짐작하지 않아도 된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자발적인 전화 조사로 이뤄진다.

그렇다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휴대전화, 집전화 등 통신 관련 업종에서나 통한다. 기타 제품군이 따라했을 경우, 뜬금없는 광고가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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