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제주대학교 가족 여러분!

지난 1월 21일 실시되었던 총장선거와 관련하여 뒤늦게 인사의 말씀을 전하게 된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제8대 총장임용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에 성원을 보내주신 대학 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선거결과에 나타난 대학 가족 여러분의 선택과 깊은 뜻을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선거에 함께 참여했던 당선자를 비롯한 총장 후보자들께도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제주대학교라는 조직이 영원할 수 있도록 올곧은 목표와 지향점을 가지고 대학발전에 온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학을 둘러싼 시대적 상황이나 정책적 변화를 감안할 때 우리 대학 가족 모두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지난 선거과정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대학발전의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건설적인 정책선거가 되지 못한 점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근거 없는 비방과 저의 논문 표절의혹 제기, 그리고 사실 확인도 없이 학내 시설건립과 관련한 건축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대학선거의 난맥상이 교내__외에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자정능력의 상실은 물론 대학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 것은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점은 저를 비롯해서 우리 대학 가족 여러분에게 큰 멍에로 남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학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그리고 후보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올바르고, 공정하고, 모범적인 대학 선거문화가 구축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이제라도 대학의 명예를 회복하고,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학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이번에 우리 모두가 경험했던 선거과정의 부정적인 면들을 성찰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함께 해야 하는 가족으로서 우리 모두가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앞으로 건전한 대학공동체로서의 자정능력을 회복하기 위해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합니다.

첫째, 이번 총장 선거과정에서 교수회장의 불공정하고 신중하지 못한 태도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교수회장은 교수님들의 선거로 선출되었기 때문에 교수회의 주요 결정과 발표는 전체 교수님들의 합의와 공감대를 전제로 해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적법한 논의도 거치지 않고, 명확한 근거도 없이 국제언어교육문화센터(아라뮤즈홀) 신축 및 교직원아파트 재건축과 관련해서 선거 기간 동안에만 여러 가지 문제를 무차별적으로 제기 했으며, 심지어 검찰고발까지 언급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수회장의 문제 제기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 문제제기가 타당한 것이라면, 그 내용을 당연히 규명하여 사법적 처리까지도 이뤄져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교수회장이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사후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면 교수회장은 솔직한 입장으로 돌아가서 그 동안 헌신적으로 일하여 온 우리 대학 가족 여러분, 특히 저와 더불어 열성을 다하여 일한 실무관계자에게 사과의 말씀이라도 하시는 것이 도리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이번 총장 선거과정에서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무엇보다도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총추위 위원장은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편향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총장선거가 법률근거에 따라 지역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 위탁되었고, 관련법에 따라 총추위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선거관리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추위 위원장과 극히 소수의 총추위 위원들이 보여준 비상식적 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특히 총추위 위원장은 소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총괄소위원회의 위원 선임과 회의진행을 끝내 비공개로 처리하여 여러 교수님들의 불신을 야기한 바도 있었습니다. 그 소위원회 운영에 편향적인 영향을 줄 만큼의 특이한 연고관계 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총추위의 비합리적인 회의과정은 결국 총장 당선자도 아닌, 낙선자의 논문표절을 회의안건으로 상정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 표명과 동시에 당선자에 대한 축하도 있었던 선거 다음 날에도, 총추위 위원장은 저에 대한 2차 경고장까지 교내 전자게시판에 게시한 바 있었습니다. 선거과정의 논란과 앙금을 털어버리고 모든 것을 안고 가고자 했던 낙선자인 저에게 전장에서 확인사살이라도 하는 듯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울분의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며칠 전 총추위 위원장이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허위사실 공표에 관한 건”을 게시한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셋째, 선거기간 중 도내 한 인터넷 신문이 제보기사라는 미명하에 1월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아무 검증이나 당사자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저와 전직 교무처장 및 생명공학부 교수님들에 대한 표절의혹과 비하 기사를 지속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중립적 위치와 역할을 맡은 교수회나 총추위는 이에 대해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명의도 없는 시민단체의 제보라는 미명하에 모 후보가 당시 후보자인 저에 대해서 20여년전 저의 논문을 가지고 표절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여기에 맞대응을 하여 다른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변의 강력한 권고도 있었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후보에 대해 사직당국에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현직 총장으로서 대학의 명예와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서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선거가 끝난 후인 지난 2월 초에, 이와 관련하여 명예훼손 건으로 전직 교무처장님이 총장 후보자 두 분의 논문표절 의혹사례를 공개하는 게시 글을 보았습니다. 이 글에 대해 후보자 한 분이 올린 해명의 글도 읽어 보았습니다. 이제 저의 논문표절 의혹 문제는 총추위의 요청으로 최근 연구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일단락되었습니다. 공개된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결과에서 보듯이 그 의혹도 상당부문 해소된 것으로 저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여, 대학 공동체의 화합과 신뢰회복을 위해 총장 당선자께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제기된 연구 부정행위 논란과 관련하여 당선자의 논문도 언급된 만큼,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당선자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제기가 아니라, 이미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당선자도 소명을 함으로써 앞으로 다시는 논문 표절의혹이라는 미명하에 정략적으로 악용되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동시에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정당한 내부 고발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 생산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선자께서도 이번 기회에 논문표절 논란의 와중에서 짐을 벗어야만 합니다. 또 4년 후면 총장선거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논문표절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을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정략적 희생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역사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성찰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며, 불행한 역사가 결단코 반복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대학 가족 여러분!

이제는 총장선거와 관련한 의혹을 접고, 미래로 나아가야할 때입니다. 제 논문표절 문제를 끝으로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의혹과 루머는 제주대학교 선거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기를 바랍니다.

되돌아보니, 총장임기 4년 동안 쏟아 부은 저의 의지와 열정은 제 인생에서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삶의 새로운 동력이었으며 정체성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는 제7대 총장으로서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마지막 일들을 마무리 짓고, 총장선거로 인한 갈등과 분열을 제주대학교의 화합과 통합으로 승화시키는 데 소임을 다할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총장선거기간 중 불거진 문제로 인하여 정리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에게 도리가 아니 줄 알면서도 이제야 인사의 말씀을 드리게 된 점은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하면서 깊은 양해를 구합니다.

다음 주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아름다운 행진을 계속합시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24일

제주대학교 총장 고 충 석 드림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