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언덕에 올라
꽃잎의 시대를 부른다
주술을 외며 무더기 무더기
저린 발로 돌아오는 사람들

핏줄 시퍼런 바다 등지고
뿌리노동 멈춤없이 샘 퍼올려
오름 꼭대기 향해
오늘도 저렇게 꽃봉화 피우는

-김석교 시집
 ‘넋 달래려다 그대는 넋 놓고' 중


<지은이> 김석교 시인(1958~   ) 성산포 출생. 1995년 <월간문학>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 제주도 교육청에 근무. 시집으로 「바람처럼 까마귀처럼」외 다수


한낮의 여름 언덕에 불씨가 되어 피어오르는 <꽃봉화> 같은 협죽도를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잊혀지지 않는 4·3의 불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생생한 4·3의 상혼이며 기억의 화염이다. 그의 시는 노래라기 보다 외침이다. 역사와 현실을 등치(等値) 시켜놓은 자연의 ‘데포르메’이다. 고통받는 삶과 현실의식의 사이에는 그의 <불화의 시각적인 느낌>이 내재되고 있다. 그의 젊은 연민으로 가득한 시들은 4·3의 한 가운데 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박동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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