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발표가 있고 난 후 나라가 어수선하다.

“당장 하자”고 받아치던 야당이 꼬리를 낮추는가하면 “반대한다”던 통합신당은 “실시하자”고 말을 바꾸고 있다. 하루 이틀에 말을 바꾸는 이들 정치인들을 보며 새삼 느끼는 것은 사려가 깊지 못한 집단들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표직후 계속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투표 등의 방법으로 재신임을 물을 경우 ‘재신임하겠다’는 답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야당은 ‘밑지는 장사’기에 하지 말자는 것이며 노심(盧心)으로 뭉친 통합신당은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니까 ‘당장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 집단 모두가 민심을 잘못 읽고 있고 그런 우리 정치(?) 단면을 보면서 이 가을이 더욱 씁쓸해진다. 만약 여론조사 결과가 반대였다면 이들은 기개있게 처음 것을 고집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웃기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최병렬 대표의 정당대표 연설때 노 대통령이 재신임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것을 삽입하려다가 의원들이 반발하자 뺏다는 것이다.

이쯤되니 어느 국민인들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라 경제가 엉망인데 대통령이나 야당대표들이 국민을 상대로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으니 뜻있는 국민들이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다.

급격한 외환시장 동향과 함께 국가 신인도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한둘이 아니다. 실제 외신들도 이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그렇다.

노 대통령은 2만불시대로 가자고 주창하지만 말로만 국민소득 2만불을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수출을 하고 돈을 벌어와야 하는데 나라안이 이래서는 먼 꿈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1000억원이 넘게 드는 국민투표를 ‘하자’ ‘말자’하고 있다.

3개월간 전기요금을 못내 단전한 건수가 올 상반기만 34만건이다. 단수도 같은 기간 1만6000건이며 전화요금을 못내 강제로 통신이 차단된 건수도 같은기간 28만5000건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기·수도·전화마저 끊기는 ‘최악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한전과 환경부·정보통신부의 자료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 거의 갑절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악 빈곤층이 늘고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드센데 우리 정치는 딴짓하기에 바쁘다.

느닷없이 재신임을 들고나온 대통령이나 이에 대응하는 정치권 모두 정치술수는 있는지 모르나 우리가 바라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와는 거리가 먼 그들만의 ‘쇼’를 벌이고 있다.
국민을 화나게 하면 안된다.

말없는 다수는 화를 삭이며 부릅 뜬 눈으로 정치권을 주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치판 몇몇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대통령에게서 배운 ‘국민 못해 먹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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