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내려 간다지만
마라도는 산이 되고픈
꿈에 묶인다
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섬은,

하늘과 바다에 씻긴 가슴
가슴을 열고
그 심해(深海)에서 부터
고동을 불어대면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비로소 잠에서 깨어난다.
-양영길 시집
 ‘바람의 땅에 서서' 중

<지은이> 양영길(1952~   ) 북제주군 애월읍 출생.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1987년 <현대시학>과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바람의 땅에 서서」 외 다수. 현재 제주작가회의 회원.

섬이 안개에 싸인다. 짙은 운무 속에 갇혀 섬은 외치고 싶어 한다. <산이 되고픈> 꿈을 안고 <가슴을 열고> 고동을 불어대는 것이다. 비록 <나무 하나 키우지 못하는> 바람과 돌덩이 땅. 섬이 소리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일이다. 살아있는 섬, 최남단의 발끝을 적시며 잠에서 깨어나는 섬, 섬은 일어나고 싶어한다. 첨벙첨벙 대해(大海)를 건너와 뭍(육지)이 되고 싶어하는 섬, 누가 섬을 외롭다고 하는가.


글=김용길 시인
그림=오윤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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