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제주점(사진 위)과 이마트 신제주점.
유통 공룡, E마트가 얄밉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을 생각하면 더 열 받는다. 같은 그룹 내 기업임에도 어느 곳은 현지 법인화를 하고 어느 곳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E마트가 어떤 곳인가. 신세계백화점이 직영하는 E마트는 국내 최초의 대형 할인매장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첨단 유통기법으로 중무장한 E마트는 ‘일년 내내 싼값에 판다'(Everyday Low Price)를 표방, 지역유통업계에 폭풍우를 몰고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해온 중소 영세상인들이 하나 둘 쓰러졌다. 가격파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 가격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경제의 희생도 컸다.

최근에는 영역을 확장해 E마트 제주점에 이어 신제주점이 개설됐다. E마트 제주점의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가까이 되는 점을 감안할 때 두 매장의 연간 매출액은 20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짝사랑은 싫다. 한계가 있다. 아무리 지역주민들이 그 기업을 좋아해 상품을 전폭적으로 사준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받아먹기만 할 뿐 무엇인가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외면당하고 만다.

현지법인화는 지역경제와 공생하고 번영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경영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기업을 존립하게 하는 지역주민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단호한 의지이며, 사랑이다.

▲현지법인화는 상호번영의 길=서울이나 수도권 대형 할인점은 해당 지역 내에서 자금이 순환되고 지역내의 공급업체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러나 지방은 다르다. 지방은 자체 내에서 최대한의 순환구조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 적합한 별도의 지역밀착형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지역경제 위기 극복차원에서 자금 역외유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향토기업 육성책이 곧잘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경실련의 경우에는 지역 세수(稅收) 확보차원에서 대형 유통매장에 대한 현지법인화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으면서, E마트 현지법인화를 요구하며 지역사회여론을 선도하고 있다.

현지법인화는 소비자와 지역사회의 기대 속에서 적정 이윤을 실현하고 지역 밀착경영을 통해 상호번영의 길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라는 게 전주 경실련의 시각이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신세계는 지난 95년 4월 ㈜광주신세계백화점이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유통업체들이 지방화와 다점포화에 중점 투자를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통합 운영을 추진하던 것과 달리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별도법인을 설립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광주신세계의 지역친화전략은 이내 맞아 떨어졌다.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가 된 지역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르게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이 같은 지역친화 이미지는 개점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계기가 됐고, 더나아가 증권거래소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다.

이와 함께 광주신세계의 광주법인 설립의 다른 의미는 바로 현지인 고용으로 지역내 실업률 저하와 역내 자금유보율 증대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은 연간 70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직영사원 391명, 판촉사원 1600명을 포함해 총 2000여명의 직원들을 현지에서 채용하고 있다.

▲E마트 제주점 “너, 참 징그럽다"=제주시는 지난 9월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대형 할인점인 E마트 제주점과 신제주점에 대해 지역법인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했다.

제주시는 ㈜신세계에 보낸 협조 공문을 통해 “E마트 제주점이 지난 1997년 5월 문을 연 이래 연간 매출규모가 1000억원에 가까울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보여왔고, 지난 8월 신제주점을 추가 개설 운영함에 따라 지역 중소유통 상권이 크게 위축돼 있다”며 △E마트 할인점 지역 법인화 △지역 생산품 구매 확대 △지역출신 인력고용 확대 △전국 E마트 유통망을 통한 지역 생산품 구매 확대 등을 요청했다.

E마트 제주점은 2001년 94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지난 8월말 신제주점이 개설됨에 따라 두 매장의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 가까이 신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2001년 매출액 940억원 가운데 지역 생산품은 153억원으로 16%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지법인화를 요구하는 제주시의 요구에 대해 E마트는 이런 저런 내부사정을 들어 현지법인화를 거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과는 정 반대 입장이다. 물론 백화점과 할인점이라는 점에서 업태는 다르다. 그러나 같은 그룹 내 기업이지 않은가. 의지가 문제다. 

제주경실련 관계자는 “법인 현지화는 지역과 함께 성장·발전하겠다는 의지 표현임과 동시에 세수증대, 현지금융 조달, 고용창출, 지역산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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