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림자로 마파람을
날린다
지나온 거리만큼 다시
즈믄강 건너가면
그리움의 끝이 보일까

다리 건너 두렁길
눈 나리는 밤 그늘 아래로
하현달이 비추면
그대 가슴 열어
찾아오리니


-윤봉택 시집
‘이름없는 풀꽃이 어디 있으랴' 중



<지은이> 윤봉택(1956~ ) 서귀포시 출생. 해인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1974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1991년). 시집 「농부에게도 그리움이 있다」외. 현재, 서귀포시청 문화재계장



그리움을 묻고 사는 섬의 시인 윤봉택 - 간혹 길에서 그 젊고 환한 눈빛을 만나면 웃음에 버무린 문안인사가 사뭇 정겹다. 그의 몸에선 언제나 갯내음이 나고, 바닷빛 닮은 눈동자에선 은근한 바람이 인다. 낭만의 꿈이 빛나는 눈이다. 아직도 그는 꿈과 그리움을 먹고 사는 이 시대의 역행적인 시인이다.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시집 속에서) 그가 왜 세상과 인생을 그리움 하나에 옭매고, 가슴 열어 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그가 소망하는 <그리움의 끝>은 보이지 않는채 미망 속에서 그 나름대로 세상을 읽고있다.


글=김용길 시인
그림=전재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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