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지기 오름에 피어 있는 작은사위질빵
8월을 거진 보내며 제지기오름에는 무슨 꽃들이 피어 있을까?하고 궁금해 지더군요. 무슨 모습으로 나를 맞아줄까? 기대하면서 아침 일찍 제지기오름으로 갔습니다.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섶섬이 보내주는 파도소리가 한데 어울려 한층 싱그러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푸른빛 달개비, 연자주빛 나비모양의 돌콩, 분홍빛 꽃이 촘촘히 돌려 가며 피는 쥐고리망초, 흰색 꽃들이 우산 모양처럼 피어있는 누룩치, 보랏빛 무릇, 지난 6월과 7월에 만나서 정든 하눌타리와 계요등, 그리고 이름모를 풀꽃들이 마지막 가는 여름을 노래하고 있었지요.

▲ 서로 어울려 자라며 꽃을 피우는 하눌타리, 계요등, 작은사위질빵!
그 중에 나에게 깊은 인상으로 다가온 꽃이 있었지요. 요전에 만났던 '하눌타리', '계요등'하고 같이 어울려 있어서 더욱 반갑고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식물도감 등 여러 권의 책을 펼쳤는데, 드디어 이름이 '사위질빵'이라는 것을 알아냈지요.

<'사위질빵'은 산기슭이나 들에서 자라는데, 덩굴 길이는 2-3미터즘 되고 주위의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3개의 작은 잎이 달리는데 끝이 뾰족한 달걀 모양이며 잎 뒤면의 맥에 털이 있다.

꽃은 7-9월에 흰색 꽃이 햇가지 끝에 모여 피며 꽃잎이 없다. 꽃받침이 4장, 암술과 수술이 많고 향기가 진하다. 열매는 9-10월에 익고 흰색이며 연한 갈색의 깃털이 있다.

▲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불편한 관계를 이야기해 주는 며느리밑씻개! 서로 잔 가시처럼 찌르면 서로 다 아프다는 걸 가르쳐 주며, 아끼고 사랑하라고 속삭여 주는 듯 합니다.
어린잎과 줄기를 먹거나 기침약, 이뇨제, 진통제 등으로 쓴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꽃 백가지;김태정 지음;현암사>에 의하면 제주도의 해변가 산에는 작은사위질빵이 자라며 높이는 2미터 정도 벋는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제주에 피는 꽃은 '작은사위질빵'인 것 같습니다.

왜 사위질빵이라 했을까요?

옛날 우리 풍습에 가을철이면 사위는 처가의 가을 곡식을 거두는 일을 도와 주는 게 상례였지요. 다른 농부들과 같이 사위도 볏짐을 져야 했는데, 장모는 자기 사위를 아끼는 마음에서 사위에게는 짐을 조금만 지게 하였습니다.

이를 보고 같이 일하던 농부들이 약한 사위질방덩굴로 질빵을 해 짐을 져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비아냥거렸던 것입니다. 아처럼 사위질빵에는 가늘고 연약한 줄기로 사위의 질빵을 만들어 무거운 짐을 지게 하고 싶지 않은 장모의 마음이 담겨 있지요.
그런데, 제지기오름에는 사위질빵과 마치 짝을 이루려는 듯이 <며느리밑씻개>도 피어 있었습니다.

▲ 지난 5월 24일, 동네 길가에 핀 며느리밑씻개 모습입니다. 며느리밑씻개는 5월부터 8월, 9월까지 오래 피는 꽃인 듯 합니다.
며느리밑씻개는 들이나 길가에서 자라는 한해살이덩굴풀. 1-2미터 길이로 흔히 자라지요. 줄기에 나 있는 잔 가시로 다른 물체에 잘 붙는데, 세모꼴 잎은 줄기에 서로 어긋나지요. 7-8월에 연분홍색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핍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름이 '며느리밑씻개'일까요?

옛날에 어떤 시어머니가 밭을 매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것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덥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머니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 놈의 풀이 꼴보기 싫은 며느리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하필이면-----."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군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그려(황대권이 지은 '야생초편지'에서 발췌)

▲ 사위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려는 장모의 마음이 깃든 꽃이지요.
'사위질빵'에 깃든 사위를 향한 지극한 장모의 사랑의 마음,
'며느리밑씻개'에 숨어 있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불편한 관계!

이 꽃은 우리에게 서로 잔 가시처럼 찌르면 서로 다 아프다는 걸 가르쳐 주며, 그러기에 아끼고 사랑하라고 속삭여 주는 듯 합니다.

우리는 풀꽃을 바라보며 옛날 풍습을 알 수 있으며, 그 속에 깃든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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