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언노련 출 /범 /선 /언 /문>

오늘 우리는 제주지역 언론 노동자들의 연대기구를 출범시키고자 한다.

무엇보다 또 다른 이익집단의 출현은 되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의 출발은 그동안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져왔던 잘못된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비롯된다.

부끄럽지만 정치와 영합하거나 정치의 시녀로 전락해가는 언론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또한 기업의 생존논리만을 강조하는 언론소유주의 자사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언론 본연의 모습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대응은 미약했다.

IMF 체제 이후 제주에서도 언론노동문제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제주언노협의 출범을 재촉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 신생 언론사의 등장과 무한 경쟁 체제의 도입은 지역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실업과 고용, 사회보험, 복지, 비정규직, 취약근로계층, 직업능력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등이 새로운 주요 문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런 사안들을 각 사별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에서도 숱한 언론 관련 민간단체가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나름대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종의 이익집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직종별 이익이 최우선이며 가입 조건도 제한돼 있다. 전체의 이익을 위한 연대와 직접적인 활동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제주지역 언론노동조합협의회 출범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언론의 자유경쟁시대’라는 허울 아래 언론자유의 수호, 실천이라는 이 시대 제주 언론계의 최대 과제가 애써 외면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절의 꿈의 역사를 밀고 간다고 했다.

제주언노협은 오늘 출범을 계기로 이러한 악습들과 낡은 과거들을 단호히 배격하고 자유언론의 기치 아래 각 언론사 각 직종의 언론노동자가 굳게 뭉칠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
 
우리의 길은 제주지역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편성권 쟁취를 위한 움직임이 될 것이다.
나아가 제주지역 언론 민주화에 이바지하고 지역 내 언론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데도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개혁 역시 문건 몇 장이나 성명서 몇 줄로 완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단결과 연대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단결과 연대를 통해 제주지역 언론노동자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과 권익의 보호 및 신장을 위해 앞장서 나가려는 우리들의 외침이 제주언론계의 보편화된 목소리가 될 수 있도록 실천으로 화답할 것이다.

언론사주가 주인이 아닌 독자와 시청자들을 진정 주인으로 세워나가는 언론, 노동자 농민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는 언론, 이것이 제주언노협의 궁극적인 지향이다.

이 길이 쉬운 길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에 들풀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당당하게 걸어 갈 것이다.

'연대과 실천'. 바로 제주언노협의 미래다.

2003년 10월 18일 제/주/지/역/ 언/론/노/동/조/합/협/의/회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