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비롯해 도외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킨 제주지역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적만큼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수도권 한 대학이 각 지역별 신입생들의 학업성취도(학점)를 분석한 결과 제주출신 남학생이 전국에서 학점이 가장 높았으며 여학생 역시 전라도 지역에 이어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또한 대도시에 비해 사교육 의존 비율이 떨어지는 지방 학생들이 오히려 대학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교육전문가들의 주장을 증명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한양대학교 입학관리실이 1997학년도에서 2001학년도까지 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1만7천3백79명을 대상으로 1학년 학점을 분석, 20일 공개한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제주출신 학생들의 평균학점은 2.99점으로 타 지역 출신에 비해 가장 높았다.

성별로는 제주 출신 남학생이 4.5점 만점에 평균 학점 2.84점(전체 평균 2.65)을 기록,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여학생은 평균 학점 3.36점(전체 평균 3.25)으로 전라남·북도에 이어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서울(남 2.62, 여 3.25)과 부산(남 2.68, 여 3.22), 경기도(남 2.62, 여 3.17) 등 대도시 수도권 출신 학생들은 평균 또는 그 이하의 학업성취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지역에 상관없이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크게는 0.75점(울산)까지 평균 학점이 높았다.

이 분석작업을 실시한 배영찬 응용화학공학부 교수(전 입학관리실장)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가 21C를 지배한다'는 공동 저서(한국교육개발원 발행)에서 "지방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율학습정도가 높은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해야 하는 대학에서 더 잘 적응하고 있다고 분석된다"며 "부모들도 눈앞에 닥친 목표달성에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중학교부터 자녀들을 세심히 관찰하여 눈높이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전 입학관리실장)는 또 전화인터뷰를 통해 "제주를 비롯한 지방 학생들은 특히 자율학습능력이 절실한 전공 과목에서 대도시 학생들보다 더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고 있다"며 "고향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보다 많은 시간을 학과 공부에 투자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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