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류의 5%는 자기나라가 아닌 다른나라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5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니 5%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들이 해외동포를 보는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나열하면 ‘우리가 못살 때 조국을 버리고 간 사람들'이란 ‘배반자론'을 시작으로 ‘반 쪽발이론' 보릿고개 시절 외국에서 잘 산다고 으시대던 ‘원죄론'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패배주의(敗北主義)가 가세한다. “재미·재일교포는 어차피 외국인이 될 걸 왜 관심 갖느냐", “한국 사람이 한국말, 한국역사도 모르는데 어떻게 같은 동포라고 할 수 있느냐" 등이다.

과연 우리 동포들은 그런 존재인가. 숙명적으로 남의 땅에 살아야 하는 2~4세들까지 앞의 부정적 시각과 패배주의에 해당되는 그런 집단일까.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의 원류는 아마 옛날 청나라 율령(律令)에 근거한 것인 듯 하다. 이 율령 제 225조는 ‘인민이 해외에 거주하면 그 죄가 도(盜)와 통하고 적(敵)과 통함과 같으므로 참(斬)의 형(形)에 처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용서받지 못할 자'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민족이 아닌 유태계나 화교 해외거주 인도인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못해 칭송까지 한다. ‘조국 이스라엘이 전쟁에 휘말리자 일주일만에 10억불을 모금한 조국애가 뜨거운 유태인', ‘중국에 들어가 있는 자본의 90%가 화교의 돈이며 동남아 전체 금융자산의 70%도 화교의 자산이다', ‘미국 거주 1백만 인도인들의 연평균 소득은 미국 평균소득을 훨씬 웃돌고 미국 모텔의 40%가 인도인 소유이며 인도인 의사가 2만명이나 된다' 등이다.

실제 1000만 해외거주 인도인의 연간소득이 9억 인구의 국민 총 생산과 맞먹는다는 통계에 접하면 해외 인도인들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해외동포들은 이들보다 조국애도 없고 성공하지도 못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500만명의 우리 해외동포들 가운데는 자의로 고국을 등진 사람도 있지만 재일동포들처럼 일제의 징용과 징병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어쩔 수 없이 몇 대째 눌러 사는 이들도 많다. 유태계나 화교, 인도인 못지 않게 귀소본능의 마음으로 조국을 사랑하고 문화를 전수하고 부를 축적하며 세계속에 우뚝 선 훌륭한 동포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우리들의 세계화의 길잡이요, 교두보로 선진국의 고귀한 경험과 정보를 고스란히 고국에 무료로 전수하고 조국 상품의 알찬 ‘바이어' 역할까지 하고 있다.

태극기만 보아도 가슴이 출렁이는 그들은 가득률 100%의 외화를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송금해 온다.

우리 문화와 일본 문화 사이에서 ‘반 쪽발이', 미국문화를 접하면서 머리 속만 백인인 ‘바나나'라는 말까지 듣지만 바위 속에 뿌리내리듯 무에서 유를 만들면서 고국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이들을 위해 교민청이 신설돼야한다. 이스라엘, 대만, 중국, 스위스처럼 이중국적까지 검토해야한다.

조국을 등졌다지만 ‘적진에 한사람의 동조자를 심는 것은 전략상 1개 사단의 병력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는 나폴레옹의 전략을 음미하면 세계 경제 전쟁 속 해외동포는 더 없이 소중한 아군이다.

율령의 본국인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오래전에 “우리 중국은 화교들의 거주지가 어디든, 국적이 어떻든 중화인민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양자로 보낸 자식도 자식이다'라는 마음으로 세계화시대의 해외동포 정책을 뿌리부터 바꿔보자. 교민청 신설은 그 첫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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