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가 있다. 맞는 것 같다. 여자와 남자와의 관계는 심수봉의 노래처럼 영원히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배와 항구의 관계가 아니길 같이 떠나고 같이 돌아오는 관계였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남자들은 상처 입었을 때만 항구로 돌아오고 그 상처가 치유되면 다시 항구를 떠나 버린다.

여자는 사랑에 산다. 여자는 어떤 여자라도 마지막까지 사랑을 믿는다. 왜냐하면, 여자는 사랑 이외의 모든 것은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일에 몰두하여 일로 성공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만일 그녀들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이미 자신의 일은 부업이 되고 만다.
그 사랑이 남편에 대한 사랑이든 애인에 대한 사랑이든 자식에 대한 사랑이든 마찬가지다.

남자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지 않아도 그 슬픔이 별로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다. 애인이나 아내가 없어도 일과 운명을 향해 싸워나가는 남자가 많다. 오히려 더 남자다운 냄새를 풍기면서.

남자에게 있어서의 사랑은 생을 건 본업이 아니라 일시적인 부업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남자에게 있어서 여자에 대한 사랑이랑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자는 운명이나 자신의 외부 세계를 정복하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존재다. 그리고 운명에 상처 입었을 때만 항구에 쉬려고 오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고 회복이 되면 다시 바다를 향해 자신의 세계를 향해 떠난다.

여자는 그런 남자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언제나 남자라는 배가 자기라는 항구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절대적인 관계는 어쩌면 연애중의 여자와 남자의 관계에서는 그렇게 절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결혼 이후에 생기는 남자와 여자의 관계 아닐까?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의 원형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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