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고 싶어요
여보,
죽으면 바람이 될까요?

살아서 바람이 안 되는데
죽으면 바람이 될까요?
바람이 되면 좋을 거예요
꽃이나 나뭇가지 스치며
구름이나 별빛 어루만지며
울면 그만인 것을.

      ……… 후략 ………

<지은이>  金光協(1941~1993) 서귀포 호근동 출생
 196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시집 「강설기」, 「천파만파」 외 다수
 1996년 시인의 시비가 고향인 서귀포 천지연 포구에 세워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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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광협이 세상을 뜬 지 10년이 됐다.

이 지역이 낳은 현대시인 제1호라고 할 수 있는 시인은 이제 죽어서 바람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향 마을을 떠도는 바람이 되어 ‘꽃이나 나뭇가지 스치며, 구름이나 별빛 어루만지며’ 죽어서도 살고 있는 시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시비 ‘유자꽃 피는 마을’이 서귀포구 천지연 입구에 우람하게 세워지던 날(1996. 10) ‘천파만파’를 일으키던 파도의 바람이 왜 그리 잠잠했던지 - 유자꽃 같은 시인의 두 딸이 섧게 울던 모습이 선하다.

시인의 아내는 안심했을 터이다. 바람이 되어 항상 남편이 곁에 있을 것이므로.<글=김용길 시인, 그림=강부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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