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남북 만남의 소식을 널리 알려야할 민족평화축전에 대한 홍보가 말이 아니다.

도민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은 고사하고, 무리한 '취재 통제'로 인해 대내.외 매스컴 홍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단 이후 처음 민간 행사로 치러진 '한민족축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다.

▲ 내.외신 총 650명 기자단에 '30명' 취재허용

북한 참가단이 도착하기 직전인 지난 23일 오전 9시쯤 축전 조직위에서 발표한 보도 기자는 내외.신 포함해서 고작 30명.

공식 남북 오찬장에서는 남측 30명의 보도진 외에 12명의 기자가 추가로 배정됐다.

이날 제주국제공항과 오찬장에 대한 취재 명단이 발표되자 중앙 기자단과 제주지역 기자단으로 부터 거세 항의가 빗발쳤다.

제주지역 일간지 경우도 이날 단 1명의 카메라 기자만을 배정해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별도의 취재기자도 없는 경우가 어디있느냐"는 거센 항의를 받았다.

도내 한 방송기자는 "방송특성상 적어도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조명 보조기자 등 3명이 한팀을 이루는게 기본"이라며 "단 2명에게 취재허가를 내준 것은 몰라도 한 참 모르는 처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중앙기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각 언론사에서 5-7명 안팎의 기자를 파견했던 중앙 기자들은 단 1명의 카메라 기자만 취재를 허가해 거센 반발을 샀다.

한 S 일보 기자는 "사전 통보해 주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바람에 공항으로 취재가던 기자가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했다"며 "고 말했다.

이와관련 조직위측은 "사전에 '풀 기자' 형식으로 취재를 허락할 방침이었다"며 "사전 조율이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사전에 등록된 기자는 후지TV, 아사히TV, TBS 도쿄, NHK 등 일본 매스컴을 비롯 로이터, AP, AFP 등 외신 95명, 중앙기자단 122명, 지방 기자단 243명 등 총 650명이었다.

총 650명의 기자단 가운데 당초 주관 방송사로 선정됐다가 반납한 MBC 중계방송 인력 170여명이 포함돼 있다 

▲   인원 제한  '엄격'...정작 취재 통제는 '허술'

▲ 북측 선수단이 아리랑 응원단에게 창문을 열고 화답하는 모습.
하지만 정작 이날 제주국제공항과 북측 숙소인 라마다프라자 호텔 오찬장에서 이뤄진 북측 방문단에 대한 보도 제한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한 기자는 "막상 가보니까 별 제한이나 통제가 없더라"며 "제대로 지키지도 못할 일을 거센 불만을 사면서까지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족평화축전 첫날의 홍보 결과는 몇몇 방송에서 주요하게 다뤘을 뿐 대부분 중앙일간지를 비롯한 보도는 짧막한 단신성 보도 기사에 그쳤다.

이에 한 중앙 취재기자는 "어느정도 취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하느 것 아니냐"며 "조직위와 국정원측이 보안을 이유로 너무 '편의대로' 홍보 방침을 정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조직위· 국정원· 제주도 모두 "책임없다"

언론 보도에 대한 통제 사항은 국정원측과 제주도청 공보실, 축전조직위에서 일련의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사자들은 서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축제 준비 과정이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등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국정원 제주지사 관계자는 "국정원은 주로 도내 언론 홍보와 관련한 입장만 도청 공보실과 협의를 나눴다"며 "언론 홍보에 대해서는 자유스럽게 하도록 하자는게 방침이었고 최종 결정은 조직위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직위 프레스센터 관계자는 "첫날 북한 참가단 취재 관련은 당초 국정원측에서 10명 정도의 제한요구가 있었다"며 "언론사의 항의가 많아 30명으로 늘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청 공보실 관계자는 "축전 관련은 조직위에서 모든 권한을 행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사실 북측과의 접촉문제 때문에 인원 조율이 쉽지 않았을것"이라고 언급했다.

▲ "'대구 U-대회와 비교된다"

지난 8월 열린 대구 U-대회를 취재했다는 스포츠 기자는 "북한 선수단이 입국하는 공항 취재에는 특별한 제한없이 마음껏 이뤄했다"며 "보도 인원까지 일일이 제한하는 게 오히려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사실 남북 관련 행사는 관계의 특수성에 비춰볼때 경호 및 보안상 엄격한 통제가 따를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사전 취재진 등록 과정에서 신분 확인 등의 까로운 절차가 이뤄지긴 하지만 보도 인원에 대한 '제한 폭'은 비교적 넓은게 관례였다.
 
모 중앙지 기자는 "오히려 신분 확인 절차는 허술하고, 당일 취재에 대한 제한만 까다롭게 한 꼴"이라며 "북한 예술단과 취주악단 불참으로 '취재 메리트'가 반감된 상황에서는 좀 더 폭넓은 취재 허용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한 외신기자는 "어쩌면 순수한 남북 교류 소식을 세계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데도 너무 인색한 것 같다"며 "숱한 행사를 취재 했지만 이처럼 보도에 애를 먹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 기자는 "사실 이러한 대형 행사는 보도가 안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조직위측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 24일 민속경기가 열린 북군종합경기장에서 민속경기 개막전 한반도기가 게양되고 있다.
▲  '언론보도 인색'…남의 탓?…도내 언론사 '풀 취재 방식' 고민해라!

사실 언론보도가 당초보다 줄어든데는 약속했던 북한 예술단 및 취주악단의 불참에 따른 여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축전 보도를 맡은 취재진들은 "상황이 열악할 수록 더욱 '언론 홍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아니냐"며 "조직위 등이 너무 '언론 탓'으로 만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취재기자는 "오히려 상황이 어려워질 수록 '매스컴 홍보'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기본"이라며 "오히려 보도를 제한하는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공보실 관계자는 "중앙 취재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도내 언론사 경우 대형행사의 효율적인 취재를 위해 사전에 자체적인 '풀 제도' 도입 등 차후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축전 조직위 관계자는 "보도 제한와 관련해 북측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앞으로 취재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자유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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