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지난 한해는 어수선한 날들이 연속이었습니다.

지구촌은 지구촌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많은 일이 일어났고 제주섬 또한 그랬습니다.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의 행보와 주변 국가들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어져 ‘ 세계속의 우리‘의 존재를 새삼 인식케 했습니다.


나라안도 그랬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이어 진보.보수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 그 골은 한층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제주섬또한 섬 밖의 것들에 휘말려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선 지사가 임기중 퇴임하고 보선하는 일까지 겪어야만 했었습니다. 가치관의 혼돈이 이어지는 날들이었습니다. 세모에 수마트라 지진해일로 6만여명이 목숨을 잃는 인류사에 큰 슬픔을 기록, 우리 모두를 우울케 했습니다.


그런 한해를 우리는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을유년 새해 첫날을 열려고 합니다. 앞의 모든 것들은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되는 ‘옛날 것’으로 분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새해 첫날이면 비는 것이지만 나쁜 것들은 다시 오지 말고 좋은 일만  가득한 을유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것은 필자나 독자, 네티즌 모두의 바램일 것입니다.


저는 새해소망으로 모두와 함께 “ 우리 모두 제자리 찾기 ”를 제안코자 합니다.


대통령은 최고의 공복으로서의 자리, 국민은 국가구성원으로 무엇보다도 소중한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제자리 찾기’ 입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운동‘ 식으로 붙힌다면 ’제자리찾기 운동‘ 쯤이나 되겠지요. 회사의 대표는 대표로서의 자리 사원은 사원으로서의 자리를 지키자는 것입니다. 새삼스레 왠 자리론(論) 이냐고 할지 모르나 우리사회 곳곳에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많고 이로인해 파생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에 하는 말입니다.


상명하복의 상징이었던 공직사회에서 아랫사람이 상관을 지명수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리를 못찾는 바람에 아래와 위 크고 작음이 구분이 안되는 누를 범하게 됩니다.


절집에는 스님의 자리가 있는데 삼귀의(三歸依)로 삼보(三寶)에 귀의한 신도가 스님을 앞서려 하니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사전을 거들떠보지 않으려니 글이 제자리를 못찾는 것입니다.

능력이 없는 이들이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 주위에 많은 자리들 가운데 도저히 그 분의 능력으로는 감당키 어렵고 적절하지 않은데도 앉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것도 10년이 넘게 남들이 뭐라해도 버티기로 앉아있는 이들이 있으니 우리사회가 어수선 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런 것 들을 대충 넘기는데 익숙해졌습니다. 그 흔한 당동벌이(黨同伐異)도 약자에게나 통하지 얼굴이 두껍고 몰 염치한 이에게는 예외인 것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TV드라마 제목인 ‘올인’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걸기’에 해당합니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선거전에 뛰어들어 자신의 표현대로 ‘다걸기’를 했다면 선거에서 지면 다 잃게 되는 것인데 다 걸어 놓고 다른 변신(?)을 하려들면 룰이 깨지게 되고 남들이 비웃게 되는 것입니다.


새삼 안타까운 것은 우리사회 지도층․원로의 부재입니다. 어른을 모시려 들지 않는 풍조가 가장 큰 원인이겠습니다만 할 말을 하는 기개(氣槪)있는 어른이 그립습니다. 사회가 어려울때 연륜의 경험철학으로 가르침을 베풀고 이를 경청하고 따르는 후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새해에는 꼭 보고싶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위․아랫사람 모두 제자리를 찾자는 것입니다.


을유년 새벽 목을 꼿꼿하게 세운 닭은 우리 모두에게 제자리를 찾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제자리를 찾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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