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온 상승이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한류성 어족인 대구가 제주연안까지 내려왔었으나, 최근에는 아예 자취를 상태. 자리돔은 독도 수역까지 올라갔다. 아열대성 어족의 북방한계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자리돔은 제주 연안의 대표 어종이다. 암초지대에 주로 분포하는 자리돔은 흰동가리·노랑자리돔·연무자리돔·저고리돔·샛별돔·해포리고기·줄자돔·파랑돔 등 농어목 자리돔류 가운데 가장 북방에 위치하고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싼샤(三峽)댐이 오는 2009년 최종 완공되면 양쯔강에서 제주어장으로 흘러드는 민물 유입이 크게 줄어 염분농도 상승과 함께 바닷속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왜 겨울철에 '날쌔기'가 잡힐까=동경 126도09분과 126도 58분, 북위 33도06분과 34도00분  사이에 있는 제주도는 한반도 남서쪽에 자리잡은 가장 큰 섬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일본
등 극동지역 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생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주도 해역의 수계는 대마난류, 황해난류, 중국대륙 연안수, 황해저층 중앙냉수, 한국 연안수, 큐슈 서쪽 연안수 등 서로 다른 수계가 혼합돼 복잡한 양상을 띠며 황금어장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생태계의 변화 때문에 어장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수온상승의 증거는 난류성 어족인 벵에돔과 부시리, 독가시치의 수적 증가와 쭉지성 활치 등 열대어종의 출현이 그것이다.

또 남해연안의 경우 수온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적조의 발생량이 해마다 늘고 규모도 커진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추자 근해에서 감성돔 낚시에 나섰던 '꾼'들은 '날쌔기(날치)'라는 어종을 접했다. 어류도감에는 날쌔기가 전남 다도해와 제주도, 타이완, 호주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아열대  어종인 셈.‘겨울철에 왜 날쌔기가 잡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수온상승밖에 달리 답이 없다.

국립수산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80년 동안(1916∼95) 한국  연안의 평균 수온이 평균적으로 10년에 0.17도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 동안의  경우에는 겨울철의 온난화가  두드러져 1.40도나 증가했다. 평균 추세보다 8배 이상 큰 변화인 셈이다.

▲양쯔강물 10% 줄면?=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최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한·일해협 연안 시·도·현 지사회의를 통해 지난 6월부터 물막이를 시작한 중국 싼샤댐이 완공되면 한일해협 연안지역 기후·해양환경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 지에 대해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싼샤댐 공사는 1992년부터 시작됐다. 최대 난공사인 물막이 공정을 끝내고 시범 수력 발전을 앞두고 있다. 댐의 웅장한 모습은 거의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댐은 높이 185㎙, 길이 2,309㎙, 너비 135㎙ 규모로 2009년부터 일본 전체 담수량과 맞먹고, 한국 소양호의 27배에 달하는 390억 톤의 물을 저장하게 된다. 또 1일 1,800만kW의 전기도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기상학회(http://www.ametsoc.org)는 일찌감치 샨샤댐의 한반도에 미칠 기후와 생태계의 변화를 경고한 바 있다.

미국 기상학회는 지난 96년 학회 회보 4월호에 실린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돈 노프 교수의 논문을 인용,  "중국이 양쯔강 물을 북으로 보낼 경우 한국 동해 주변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는 온난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 발표했다.

노프 교수는  "양쯔강 물이 줄면 인근 바닷물의 염분농도가 증가하고 이 물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들어가는데 이때 수심 2천m 아래의 깊은 바닷물과 만나면서 대류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고 밝혔다.

노프 교수는  "특히 공기와 바닷물의 온도차가 15도 이상 되는 겨울에 바닷물의 대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 동해 주변의 기온이 올라가 국지적 온난화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한국해양학회(회장 양한섭)는 황둥(黃東) 중국해 해황예측연구사업단과 공동으로 지난 5월 제주대 공과대 강당에서 ‘중국 양쯔강(揚子江) 샨샤(三峽)댐이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다. 국내외 과학자들은 싼샤댐이 완공되면 바다로 흘러갈 양쯔강 물이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발과 용수 사용 때문이다.

제주바다와 서해로 흘러드는 민물의 양이 줄면 바닷속 생태계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물고기가 많이 사는 표층수의 염분농도가 올라가고 식물 플랑크톤-동물 플랑크톤-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도 큰 영향을 받아 어종이 달라지고 어획량에 주는 피해도 예상된다.
 
갈치의 경우를 보자. 갈치는 양쯔강 하구 가까이서 태어난 뒤, 봄이 되면 제주 연안으로 올라온다. 새끼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바다 환경이 변하면 갈치 수도 크게 줄 수 있다.

심포지엄에 참가했던 대만 국립중산(中山)대 천전둥(陳鎭東)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양쯔강물이 10% 줄면 유기물질도 9% 감소한다”고 전망했다. 최중기 인하대 교수(해양학과)는 “양쯔강 물은 평소 제주도 수역까지 흘러온다”며 “이 물이 줄면 지역과 계절에 따라 이 지역 표층수의 염분 농도가 20%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식탁의 변화로도 감지된다=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생태계의 변화는 식탁의 변화로도 감지된다. 대구·명태 등의 한류성 어족의 어획량은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참다랑어 어획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참다랑어는 제주도 주변 해역에서 대형선망 어선들이 주어종인 고등어와 함께 어획한다. 난류성 어족인 참다랑어가 제주 주변  해역의 수온이 높아져 산란장이 타이완 등 태평양 서쪽에서 대마난류를 타고 한반도로 북상함으로써 회유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국립수산진흥원은 분석하고 있다.

제주어장은 이미 수온상승과 함께 어장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물고기는 염분농도에 민감해 농도가 변하면 성장과 부화에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싼샤댐 건설은 그래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싼샤댐 물막이가 시작된 만큼 앞으로 어민들의 피해는 점점 더 뚜렷해질 것이다. 한·중·일 정부가 함께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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