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나리' 피해 복구과정에서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재난기금을 착복한 혐의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공무원을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부(재판장 박재현 부장판사)는 제주시 공무원이었던 K씨(48)가 "범행 가담 경위와 공사업자들에게 금전적인 피해가 없었던 점, 편취한 금액을 반납, 정직 처분으로 감경돼야 함에도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며 제주시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씨의 징계양정 규칙 위반 주장에 대해 "징계양정 규칙은 제주도가 징계양정의 형평을 기하기 위해 일응의 기준으로 마련한 것으로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가 아닌 내부적인 기준에 불과,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량권 행사의 일탈·남용'과 관련해서는 "부하 직원을 관리.감독해 위법행위를 방지해야 함에도 오히려 동조해 위법행위를 했고, 부하 직원에게 돈을 받아 사용한 점 등이 인정돼 형사재판에서 징역 8월의 선고유예의 유죄판결을 받았다"며 "비록 당연퇴직사유는 아니지만 공무원 임용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점, 공무원으로서 성실 의무, 청렴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재난관리기금 등 기금 편취 행위를 엄히 징계하지 않는다면 기금 운용에 첨렴성이나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도민들에게 제주도 행정에 대한 불신을 배양하게 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징계양정 기준상 해임사유인 ‘성실의 의무 위반이나 청렴의 의무 위반’중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또는 ‘비위의 도가 중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도가 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제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K씨는 2007년 11월 초순 태풍 ‘나리’ 피해 복구 과정에서 부하 직원의 부탁을 받고 허위 공문서 등을 작성해 줘 재난기금 1200만원을 착복한 혐의로 기소돼 2008년 12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4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8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지난해 7월 제주도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성실 및 청렴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K씨를 해임했다.

하지만 K씨는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 위반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 처분'이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제주투데이>

 

 

<양두석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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