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요?”라며 유혹한다. 그것도 생라면으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에로틱 영화가 ‘원 나잇 스탠드’다.

‘원 나잇 스탠드’ 에로티시즘을 주제로 한 3개 에피소드 중 ‘두 번째 밤’을 연출한 이유림(32)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 중에 에로영화 제일 잘 찍는 감독 리스트가 있는데 여기 세 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농반진반했다.

“섹시한 배우보다는 쌍꺼풀 없고 작은 눈을 가진 배우를 찾았다”, “주인공이 라면을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보일까 고민했다”, “삐친 남자친구를 잘 달래주는 사람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이들 감독 셋은 이런 욕망들을 영화로 표출했다.

영화는 ‘하룻밤 이야기’를 각기 다른 느낌으로 풀어냈다. 독립영화답게 도발적이면서도 거침없는 시각이다.

민용근(34) 감독은 “2년 전 겨울 ‘에로티시즘, 에로영화를 찍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지금까지 연소자 관람가 영화가 많았는데 언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만들겠느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만들었던 영화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는데 관습화된 장면만 자꾸 생각이 나서 머릿속을 다 지우고 새로운 생각으로 썼다”고 털어놓았다.

‘첫 번째 밤’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남녀가 하룻밤을 함께 보낸 후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줄거리다. 극중 ‘선글라스녀’ 장리우는 “그동안 벗는 연기를 많이 해서 또 벗기에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캐릭터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감독이 믿음을 줘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유림 감독 역시 감성적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는 아내의 숨겨진 욕망을 통해 부부관계에서 신뢰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외친다. ‘똥파리’로 이름을 알린 정만식(36)이 남편 역이다. “원래 제목이 ‘성급한 이 남자는 먼저 떠납니다’인데 처음에는 대본을 봐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가 안 됐다.연기하면서 차츰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면서 “작업하는 내내 분위기도 좋았고 여배우들하고 사이도 좋았는데 촬영이 끝나자 아무도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며 웃겼다.

이 감독은 “요즘 결혼적령기를 넘겨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결혼을 떠나 서로를 안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훈(38) 감독의 ‘세 번째 밤’은 감각적이다. 목욕관리사인 주인공이 어느 날 외국인 친구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했다가 질투에 휩싸인다. 하지만 정작 친구가 원하는 것은 여자친구가 아닌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충격 빠진다. 음악을 담당한 ‘아폴로 18’ 김대인의 멜로디와 영화배우 권해효(45)의 내레이션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37)의 깜짝 등장도 눈길을 끈다.

여자친구로 등장한 이지연(27)은 “처음에 대본을 못보고 단순히 삐친 남자친구를 풀어주는 연기를 해보라고 해서 그런 배역으로만 알았는데 벗는 장면이 있어서 놀랐다. 하지만 감독 덕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제작한 서울독립영화제는 이 영화를 ‘대한민국 독립영화 최전선이 빚어낸 유혹과 도발, 그리고 새로운 자극’이라고 알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전회 매진을 기록한 영화는5월4일 개봉한다. /뉴시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