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아 씨.
어느 덧, 가정의 달 5월이다.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알고 지내는 가정위탁아동들은 어린이날 몇 일전부터 들뜨고 설레고 있었다. 전화로 만날 수 있는지, 어디로 놀러 가는지 물어보는 친구도 있었다.

어린이날이라고 딱히 집에서 특별할 것이 없는 이 아이들에게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매년 어린이날 진행하는 "어린이날 프로그램"은 너무나 기다려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정이 있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없었지만, 도자기도 만들고, 곰돌이 인형도 구경하며 신나게 놀고 왔을 친구들의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같 이 있었다면 그 아이들의 큰 기쁨과 설렘을 보면서 더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작년에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 안겨 프로그램 내내 '이모', '누나', '언니'로 부르며 내손을 꼭 잡았던 아이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가족구조의 변화, 가족 기능의 약화, 실직, 이혼 등으로 인한 가정해체가 증가하면서 부모가 아동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한다. 어떤 문제이든 간에 가족이 해체됐을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정서적인 박탈감, 낮아져 버린 자존감 등 가정해체에 의한 상처는 어린 시절의 상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가지고 가게 되는 2차, 3차의 상처로 변해 간다.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아동도 있고, 가장 사랑받고 축복받아야 할 가정에서 먼저 상처와 아픔을 알아야 하는 아동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상황에 놓인 아동을 사회에서 최대한 보듬고자 만들어 진 제도가 바로 ‘가정위탁보호제도’이다. 아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친 가정에서 양육되기 힘들 경우 일정기간동안 다른 가정에서 보호, 양육되는 제도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약 360여명의 아이들이 이 제도를 통해 친부모는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센터자원봉사자로 가정방문을 다니며 얘기만 들어도 참 아픈 사연의 아이들을 많이 접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통해 무심히 지나쳤던 가정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풍족하지 않더라도 온전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준 부모님이 새삼 대단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동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자신이 태어난 그리고 건강한 가정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원치 않은 상황으로 보호가 될 수 없을 때는 우리사회가 먼저 나서서 친가정처럼 사랑으로 보듬어줄 울타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울타리 중 하나가 바로‘가정위탁보호제도’인 것 같다.

흔히 사람에 의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나는 것. 그것은 아이들의 권리이자 사회에서 조성해줘야 할 의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에서 이 아이들을 보듬고 나아가야 한다.

지금 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하여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다. 비록 되기도 어려운 것이 선생님이지만, 반면 아이들을 생각하면 선생님이 된 다음에도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은 치료하고, 꿈은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 더 어렵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이 아이들의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오늘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무쪼록 나를 비롯한 우리 어른들 스스로가 우리 아이들이 물질의 꽃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할 때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 그리고 가정을 지키는 밑거름이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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