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께는 대단히 죄송하지만 오사카에서 강연을 듣기까지 이분에 대해 필자는 전혀 몰랐었다.

그러나 2000년 한국 총선거 당시 참여연대가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는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어 알고 있었다.

또 <아름다운 가게>가 전국적으로 전개되어 제주도에서도 저명 인사들이 소중히 간직하던 그림, 골동품, 기념품 등을 기부하고 지도층 인사들이 판매원으로 근무했다는 기사도 꽤 읽었다.

<아름다운 가게>이름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인 기사였다.

십여년 전 북제주군수로 재직하시다가 돌아가신 신절주 군수님께 편지를 드린 적이 있다.

제주 특유의 만팔천 신들이 옥황상제에게 보고하러 가는 대한 후 5일부터 입춘전 3일 사이 8일 동안, 신들의 공백기간인 신구간에 너도나도 이사를 하는 이삿짐에 대해서 쓴 편지였다.

서로 이사하면서 다시 사용하고 싶지만, 주택 사정으로 버려야 하는 가재도구를 한곳에 모아 물품 교환도 좋고 아니면 판매할 수 있는 재활용 판매점을 제안했었다.

참 좋은 의견이라면서 구상하겠다는 화답을 주시고 실행 못한 채 돌아가셨다.

필자가 박원순씨 강연회를 알게 된 것은 일본인 지인 카와세 슌지씨의 소개였다.

2월 말부터 5월에 박원순 변호사가 오사카에 와서 강연하는데 꼭 참석해 달라고 했다.

인터넷 신문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카와세씨와는 상부상조의 관계에서 그때부터 이 약속은 꼭 지킨다고 했다.

그후 안내 전단도 몇장 받고 카와세 씨가 참석 요청을 한 분들에게 필자도 다시 거듭 부탁했다.

서울에서  오는 한국인 강연회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카와세씨를 조금이라도 도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5월 15일 토요일 오후 한시반부터 오사카 시내에서 강연이 있었는데 필자는 당시 무척 피곤 했었다.

매일 밤 회의를 마치고 술 마시고 귀가하는 날의 계속이었는데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됐다.

내가 쓸 원고도 계속 밀린 상태였지만, 십여명의 아는 분들게 전부 나오시라고 하고 내가 빠지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한시반부터 다섯시 가깝게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하여 일본의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이 자기 활동 소개를 하고 질의 응답도 있었다.

필자가 이 강연회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박원순 변호사께서 한국기부 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장 시키기 위해서 <아름다운 가게>를 프로듀서했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에도 이와 비숫한 가게들도 있지만 전국적인 조직력이 없고 또 가게에서 판매하는 재활용 상품들은 거의 일반 시민들이 갖고 온 제품들 밖에 없는 실정이다.

강연회에 참가한 어느 일본 사람이 <아름다운 가계>에 갔더니 브랜드 제품들이 가득히 있어서 놀랬다는 말을 했다.

필자는 이 브랜드 제품도 그렇지만 한국의 서민들만이 아니고 지도층은 물론 부유층 인사를 망라한 전국민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마지막에 이러한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조직을 만들었을 때 그 명칭이 아주 중요합니다>

후보 명칭에는 <검소(검약)의 가게> <이상한 가게>등도 들어 있었지만 <아름다운 가게>로 결정했다고 했다.

기부문화가 보편화 되지 않는 한국에서 획기적인 출발이었다.

2006년도에 박원순 변호사를 중심으로 창설한 시민참가형 <희망제작소>는 2007년도에 일본지부도 설립되었다.

그곳의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 백여명의 참가했다.

그후 이자카야(선술집)에서 갖은 2차회에도 삼십명 이상이 참가해서 계속 이렇게 관심갖고 참가하는데 박원순 변호사가 놀라움을 나타냈다.

물론 강연회 자료대와 음식비는 각자 부담이다.

박 변호사는 다음날 토쿄 강연으로 먼저 자리를 떴지만 이날 통역을 담당한 제주 출신의 양인실씨의 한일양국어의 통역도 다른 어느 강연회보다 돋보였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료(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 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