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씨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마늘 수확으로 분주한 대정읍 이교동 지역의 처가를 찾아 밭에서 일손을 돕고 왔다. 전에도 마늘뿐 아니라 감자 등도 여러 번 수확했던 터라 쉬 적응될 만도 한데 마늘 수확 작업은 늘 힘들고 고되기만 하다. 뽑아 말린 마늘을 한곳에 모으며 특수하게 생긴 낫으로 줄기를 잘라내고, 크기도 대․중․소로 선별해 마대에 담아야 하는 등 손 대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힘든 작업 탓인지 마늘 농사는 그 흔한 감귤 농사와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마늘 농사에 비하면 감귤 농사는 양반 중에 양반이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감귤에 비해 마늘은 땅속식물이라서 쟁기로 흙을 갈고, 삽으로 비닐을 덮고, 손으로 마늘을 뽑는 등 밭에서 흙과 씨름해야 할 일이 많다.

반면 감귤은 고품질 적정생산을 위한 행정의 관심은 물론이고 파쇄기, 스프링클러, 선과기 등 농기계 면에서도 영농환경이 많이 편리해졌으나 상대적으로 마늘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참에 현실적으로 어떨지 모르지만, 농업 관련 기관에 건의 하나 할까 한다. ‘대정 암반수 마농(마늘)’ 브랜드도 만들어졌고 마농 축제도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간간이 들려오는 요즘, 부족한 일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감귤 간벌 시 파쇄기나 보리 탈곡기처럼 마늘 수확기도 개발해서 보급했으면 한다. 적당히 말린 마늘을 컨베이어에 놓으면 자동적으로 줄기도 잘라주고 크기별로도 구분해서 마대에 포장해 주는 편리한 수확기계를 말이다!

갈수록 고령화되는 농촌 현실도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젊은 사람조차 하루이틀 마늘 수확 작업에 매달리고 나면 온몸이 저려 오는데 과연 앞으로 누가 마늘 농사를 짓겠다고 하겠는가. 그렇다고 중국산 등 수입 마늘이 우리의 밥상을 버젓이 독차지하도록 내버려둘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날 수눌음(품앗이) 오셨다는 할머니 두세 분과 함께 예닐곱 명이 모여 종일 뙤약볕과 흙먼지에서 일하다 보니, 모두들 특수부대요원의 위장한 얼굴색만큼이나 새카맣게 되었다.

그래도 최근 육지부의 이상기온 등으로 마늘 값이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대로, 이날 장인에게서 처가의 마늘이 조합과 계약되어 선금도 받았다는 말도 들었다.

오늘 누군가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마늘을 찾겠지만, 오는 주말 다시 가족과 함께 마늘 수확 현장을 나서볼까 한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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