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용역 남발을 개선하기 위해 용역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도내 각급 자치단체들은 매년 수십건이나 되는 각종 용역에 대해 도민들로부터 남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지난 7월 조례를 제정했다.

내용은 ‘용역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용역비 2000만원 이상이거나 사업비 10억원 이상의 사업 등 예산편성에 포함된 용역에 대해 사전심의를 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과연 용역남발로 인한 예산 낭비를 없앨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조례가 제정된후 자치단체에서는 최근 정기회를 앞두고 용역심의위원회를 이미 개최했거나 심의를 예정해 놓고 있는데 지금까지 행해진 도나 제주시의 심의를 보면 만족스러운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칼질 용역 한 건도 없어
제주도는 12일 제주도용역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방분권 시범지역 실현방안 연구 용역’ 등 20건·50억6600만원에 달하는 용역사업에 대해 필요성과 타당성 등에 대한 심사를 벌였다.

심사 결과, ‘신세원 개발 타당성 연구 용역’ 등 16개 사업은 적정 사업으로 결정됐고 ‘환경보전계획 수립 용역’ 등 4개 사업은 조건부 추진사업으로 결정됐다.

조건부 추진사업은 ‘환경보전계획 수립 용역’과 ‘지역보건의료사업 용역’, ‘오름기본계획 수립 용역’, ‘제주여성플라자 건립 실시설계 용역’이다.

6일 열린 제주시 용역과제사전심사 심의에서도 고도처리시설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등 전체 22건·42억원의 용역중 대부분을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단지 옛길 조사용역과 폐기물처리기본계획 용역, 폐기물 성분분석 및 통계조사 용역 등 3건은 조건부로 추진하도록 했다.

# 면제부만 준 것 아니냐
이처럼 행정기관 발주 용역에 대해 사전심의 제도가 마련됐는데도 심의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용역은 단 한 건도 없어 과연 제대로운 심의가 이뤄졌는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적정판정을 내렸고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조건부라는 꼬리표를 달고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제출된 모든 용역이 추진된다는 것으로 심의위가 구성돼 심사를 벌였다고 하나 중단시킨 용역은 없이 추진판정을 내려줌으로써 오히려 용역추진에 면제부만 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민들은 그동안 사장(死藏)된 용역, 선심성 용역, 불요불급한 용역, 내용이 부실한 용역, 면피성 용역, 중복 용역들이 많았던 것을 감안할 때 제출된 용역에 대해 어떤 수준이든 칼질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 첫 술에 배 부르나
용역사전심의위원회의 성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안되지만 그래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첫 단추라는 의견도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얘기다.

사전심의도 없이 용역과제가 추진됐던 과거와는 달리 미진하지만 어느 정도 견제장치가 돼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긴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1억원이 소요되는 도의 지역보건의료사업 용역(2004년 3~9월)의 경우 용역사업비가 많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환경보전계획 수립과 오름기본계획 수립 두 용역은 상충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동시에 시행하도록 했고 제주여성플라자건립 실시설계 용역은 공모로 추진토록 한 것 등을 들고 있다.

그렇지만 심사위원회가 도민의 혈세낭비를 방지하고 잘못된 용역에 대한 책임회피용 기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심의를 통해 용역에 의존하려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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