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목소리. "환경을 빼고 개발을 말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천성산 도룡뇽 지킴이 지율 스님이 제주를 찾았다.

지율 스님은 24일 오후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시 참사랑문화의 집에서 연 '2005 시민환경 강좌' 강의를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우선 순위는 당연히 환경이며 환경과 개발 논란에서 대안이 아니라 필연만 남았다"고 말했다.

▲ 24일 제주 찾은 지율 스님.ⓒ김영학기자
목숨을 건 100일 간의 단식에 나섰다고는 믿기지 않는 가냘픈 모습의 스님은 천성산 문제로 4년동안 거리에서 투쟁했다. 모두 240여일을 단식하고 40일 이상 걸었다.

10년만에 제주를 찾았다는 스님은 이날 성산 일출봉 꼭대기까지 올랐다고 한다.

탁 트인 바다. 하지만 성산 일출봉을 오르는 길에 음악을 잔뜩 틀어놔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서글펐다고 털어놨다.

"자연을 보고 느끼려고 하는데 이를 막은 것은 안되는 일이다"며 "새소리 바람소리 바다의 소리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몰라보는 것은 진정한 개발이 아니다"고 한 숨 지었다.

말을 돌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지율 스님은 "화순항 문제는 지역 개발 사안이라 알기도 어렵고 참여도 어렵다"며 다만 "지역현안이라는 것이 행정에서 마음대로 결정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군 기지건설에 반대 하느냐'는 질문에는 "삶과 문화에는 뿌리가 있어서 그 뿌리와 대치할 수는 없다"는 말로 여운도 남겼다.

스님은 또 "그동안 천성산 문제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제주에도 도룡뇽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몸이 회복된 후 인연을 만들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스님은 천성산 개발에 대해 "최근 언론에 천성산 철도공사를 안하면 30조원의 손실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서 "이는 실상을 외면한 것이다"고 단언했다.

스님은 "환경영향평가를 해서라도 생태계 지역이 훼손된 건 없는지 실사할 것이다"며 "문제가 보이면 다시 공사 중지를 요구 할 것"이라고 말하며 환경보존을 강조했다.

'한라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산이 거기에 있어서 오른다"면서 "한라산을 오르는 계단 하나 하나가 한라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한편 지난 5월 초 천성산 환경조사를 최종 합의하고 전국을 누비며 강의를 하고 있는 스님은 최근 사회적인 환경운동 보다 교육적인 환경운동이 중요하다며 주부나 일반인들이 참여가 쉬운 생명이야기, 물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CD 5만장을 제작·배포하며 '초록의 공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92년 출가한 지율 스님은 천성산 내원사에서 수도하던 중 고속철 공사가 시작된 뒤 본격적인 천성산 지킴이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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