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2003년 제주도청 하반기 인사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우근민 도지사는 지난 8일 제주대 체육관에서 열린 '제주도청 체육의 날'에서 "이제나 저제나 인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인사는 없다"며 '동요하지 말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따라 3개월 동안 무성한 인사 풍문속에서 '혹시'하며 기대를 모았던 상당수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무력감에 빠지는 분위기다.

실제 우 지사는 예산 및 인사 부서 등에 대한 결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두 되돌려 보냈다가 다시 받는 등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주 업무차 서울에 상경했던 우 지사는 업무에 복귀하자 마자 오는 15일 귀국 일정으로 지난 9일 감귤홍보 판촉차 캐나다 밴쿠버에 가 있는 상태다.

따라서 오는 20일부터 예정된 제주도의회 행정감사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인사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오는 12.15일을 기한으로 외국 연수차 갔던 간부급 5명이 귀국하고 내년 1월 교육 파견 인원이 발생하는 등 적합한 인사 단행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10일 제주도 인사 관계자는 "인사를 신중히 검토했지만 이번에 인사를 단행할 특별한 요인이 없었다"며 "인사권자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내년 초 정기인사때 미뤘던 이번 인사를 포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 지사가 수차례 인사 준비를 언급했고 인사 실무진과의 교감이 있었는데도 갑자기 '인사 요인이 없다"고 밝힌데 대해서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도청 주변에서는 "내년 2월 선거법 위반혐의와 관련 대법원 상고 판결여부를 앞두고 있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게 아니냐"는 추측마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더욱이 전체 공직자가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동요하지 말라'고 언급한 것도 최근 도청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단지 심리적으로 부담이 갈 지 모르지만 위반 혐의가 기정사실화된 것이 아니라면 인사권자가 인사를 하는데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며 "단지 인사 요소가 없으면 미룰 수도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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