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선의 불법 조업 여부를 놓고 해상 대치 속에 이틀간 진행된 한일간 선상 협상이 타결됐다.


신풍호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한 사실을 인정한 조건으로 일본 순시선은 신풍호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고 돌아갔다.

# 배타적 경제수역 침범 인정하는 조건으로 일본 순시선 돌아가

한국과 일본은 신풍호를 둘러싼 선상 협상을 2일 오전 타결했다. 따라서 30여시간 동안 계속된 한일간 해상 대치도 풀렸다.

한일 양측은 일본의 순시선을 이날 낮 12시에 철수하고 신풍호는 한국 정부가 조사해 법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대신 신풍호 선장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한 사실과 일본의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인서'를 작성했다. 일본이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함에 따라 우리측도 침범과 도주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신풍호 선주는 일본의 국내 법령을 위반한 혐의로 50만엔(우리돈 470여만원)의 담보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작성해 일측에 제시했다.

일본이 계속 주장해온 신풍호의 불법 조업 여부에 대해서는 신풍호 선상에 잡은 물고기가 발견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조사해 처리하기로 했다.

# 50만엔 담보금 지불한다는 내용의 보증서 작성 일측에 제시

한일 양측은 일본 순시선이 당초 이날 낮 12시에 신풍호를 풀고 돌아가기로 했으나 담보금 보증서 작성 등 필요한 절차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지체됐다.

울산해경과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후 4시 30분에야 양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대치 상황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30분 뒤인 오후 5시 일본 순시선이 신풍호를 묶고 있던 밧줄을 풀면서 신풍호는 우리 해경의 안내를 받으며 울산항으로 돌아오고 있다.

신풍호는 이날 저녁 7시 30분쯤 울산 장생포 해경 전용부두에 도착할 예정이고 도착 즉시 선장 정모씨 등은 해경의 조사를 받게 된다.

해경은 일본 순시선의 무리한 나포시도에 대해 향후 강력대응한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해경은 한일간 합의에 따라 신풍호의 불법침범조업과 공무집행 혐의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인 뒤 그 결과를 일본해상보안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일본 순시선 무리한 나포시도에 향후 강력대응한다는 조건으로 합의

사실 한일 간에는 동해와 남해상에서 상대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불법 조업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불법 어로로 적발된 건수만도 우리 어선이 140여건, 일본이 10여건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한일간 해양당국이 우리 어선을 묶어 두고 서로 자국으로 데려가겠다고 무력 대치로 이어져 사태의 파장이 커졌다.

이 때문에 한일 두 나라 정부는 자칫 무력 대결의 모양새로 두 나라 국민 감정을 극도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독도와 역사왜곡 문제로 두 나라 관계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고 더구나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일 두 나라 모두 적극적인 외교적 해결을 모색했다.

한일 외교 당국은 막후에서 밤새 양측의 외교체널을 총 가동해 사태의 외교적 해결에 주력했고, 특히 이날 오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나서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일 양측은 한국이 신풍호와 선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대신 일본은 신풍호의 불법 조업 사실을 확인하고 담보금을 물리기로 하는 서로 명분과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게됐다.

CBS정치부 감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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