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폐지를 놓고 제주대학교가 들끓고 있다.

점잖아 보이는 대학교수들이 '야비하게', '폭력적 행태', '비인간적' 등 원색적인 용어도 구사할 정도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퇴진 운동도 벌이겠다고 엄포도 놓으며 '결사항전' 의지도 다지고 있다. 왜 이런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일까.

◆총장직선제 폐지 카드 내놓은 교과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월 27일 총장직선제 등을 담은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을 확정한 뒤 발표한다.

총장이 지역사회와의 공생발전을 이끌고 대학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다는 명분이었다.

또 폐쇄적인 재비구조에서 벗어나 역량 있는 내외부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되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다.

교과부는 총장직선제를 자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학 자체의 노력은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 지정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란 엄포도 놓았다.

총작직선제를 고수하면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 등도 감수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이어 대학 자율에 의해 뽑힌 총장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검증체계가 없어 총장의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도 곁들였다.

현재 제주대 총장은 총장임용후보자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권자인 대학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1순위 후보와 2순위 후보를 해당 대학이 추천하면 교과부 장관이 제청한 뒤 대통령이 임용하는 직선제와 임명제가 섞인 방식이다.

제주대는 오는 21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대 총장직선제 20여년 역사 돌아보니

민주화 열풍이 불던 지난 1987년. 당시 문화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자율화계획'중 하나로 대학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총·학장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총장과 학장을 정부가 임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제주대는 1989년 제3대 김형옥 총장을 직선제로 뽑는다. 이후 제4대인 1993년 고장권 총장, 1997년 제5대인 조문부 총장, 2001년 부만근 총장, 2005년 고충석 총장, 2010년 허향진 총장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직선제가 도입되기 이전엔 모두 교과부 장관이 임명한 뒤 대통령 재가를 거치는 임명제 총장이었다.

총장 직선제 도입초기엔 대학운영에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민주화와 자율성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학맥, 인맥 등 파벌 형성, 공약 남발로 인한 등록금 인상,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임명, 선거과열과 막대한 선거비용 등이 부작용으로 꼽히기도 했다.

제주도내 유일의 국립대인 제주대학교인 경우 이른바 '제주제일고'와 '제주오현고' 출신 교수들의 파벌이 막강하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학문적 역량이 아닌 '동문 교수 숫자의 힘'으로 승부한다는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파벌은 총장선거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원천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2009년 총장선거가 끝난 후엔 '낙마 투서'와 교과부의 총장 임명 거부, 이에 맞선 '법정 투쟁'까지 불어오며 세간에 이목을 받기도 했다. 이 사태로 8개월여간 총장공백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끌벅적 제주대 교수들, 무슨 사연이

제주대교수회는 최근 '총장직선제 폐지 관련 교수회의 입장'을 발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교수회는 "제주대학 본부는 지난 달 9일 연찬회에서 대학평서 5%의 점수를 따고자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묻는 교직원 투표를 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며 "직선-간선-공모-임명 등 모든 제도는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교과부가 마치 총장직선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접근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대학의 장을 교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기존의 제도 역시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서 보장해 주고 있는 대학자치의 기본 초석"이라며 "각종 지표와 평가를 통해 야비하게 대학을 길들여가려는 교과부의 사실상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 분노와 참담함을 느끼면서 총장직선제 폐지 등 교과부의 2단계 방안에 대해 전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펴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국교련(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서는 19일부터 22일까지 전국 국공립대학교 별로 이주호 장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벌이기로 결정을 했다"며 "총장직선제 폐지 등을 밀어붙이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대학을 비인간적인 무한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는 이주호 장관에 대한 퇴진 운동"이라고 밝혔다.

양길현 제주대 교수회장은 "투표거부 운동을 해서 이겨본적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직선제 반대 투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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