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배우 조윤희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마논마마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알고 보니 '유기견 언니'였다.

탤런트 조윤희(30)는 다음카페 '유사주'(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 주최로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애견카페에서 열린 유기견돕기 자선바자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 받았다.

조윤희는 자신이 모델로 활동 중인 화장품, 의류 등 각종 브랜드들로부터 협찬받은 상품들과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신고 나온 운동회 20켤레 등을 유사주에 기증했다. 현장에도 나와 바자를 도왔다.

조윤희는 "부끄럽고 죄송스럽죠. 저보다 더 많이,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도 많은데 연예인이기 때문에 부각이 되니까요"라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조윤희 같은 스타가 이런 활동에 참여한다는 사실 덕분에 사회의 그늘이 조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기견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고교시절 강아지를 처음 키우면서부터 갖게 됐어요. 그런데 그때는 마음만 있었을 뿐 한 번도 도움을 준 적은 없었죠."

조윤희가 유기견 돕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오랜 기간 사랑을 주고받은 바로 그 개가 죽으면서부터다. "제가 처음 애정을 주고 키우던 강아지가 재작년에 하늘나라로 갔어요. 제가 힘들 때 늘 곁에서 힘이돼줬던 아이였죠. 너무 슬퍼서 한참을 눈물로 시간을 보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슬퍼만 하지 말고 이제 유기견을 돕자고요.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죠.”

2010년부터면 벌써 2년이 넘었다. "결코 오래된 것이 아니죠. 고등학교 때부터 유기견을 도와줘야지, 도와줘야지하고 마음만 있었을 뿐 돕지 못했잖아요."

조윤희는 "그때는 혼자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랐고, 나중에는 학업과 연예활동을 하느라 바빠서 못했죠"라면서 "2010년에 딱 결심이 서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답니다"고 고백했다.

처음 찾은 사람이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을 연출한 임순례(52) 감독이다. 임 감독은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카라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 두 마리를 입양했죠. 그해 말에는 연극배우 이용녀 선생님과도 인연을 맺게 됐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가도 되느냐고 여쭤본 뒤 가죠. 선생님께서는 50마리가 넘는 유기견들을 혼자 돌보고 계시거든요. 저는 거기서 유기견들 미용이나 목욕도 해주고, 병원에도 데려갑니다. 거기서도 두 마리를 입양했네요."

카라에서 두 마리, 이용녀씨로부터 두 마리라면 조윤희는 유기견을 네 마리나 키우고 있는 것이다. "아, 한 마리 더 있어요. 유사주가 봉사활동하는 경기 군포 보호소에 갔다가 너무 마른 아이가 있어서 데려다가 좋은 주인 만날 때까지 임시 보호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모두 다섯 마리네요. 많다구요? 에이, 이 선생님 같은 분도 계신데요."

동물보호단체들이 유기견 입양운동을 벌이지만 성과를 거두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유기견들이 대부분 믹스견(혼종)인 탓이다. 순수혈통의 애완견이라면 유기견이 된 그 자리에서 바로 새 주인을 만날 것이지만 바둑이나 발발이인 유기견이라면 보호소에서 마냥 나이를 먹어가거나 끝내 새 주인을 못 만나고 안락사 처리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장애가 있거나 피부병 등을 앓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에서 조윤희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많은 분들이 작고 예쁜 강아지를 선호하는데 저는 동물을 좋아하면 어떤 강아지가 됐든 예쁘다고 생각해요. 믹스도 예쁘고, 장애가 있는 강아지도 사랑스럽죠. 제가 입양한 아이들 중에는 눈이 없는 아이도 있구요, 화상을 입어서 큰 상처가 있는 아이도 있어요. 저는 그런 아이들도 너무 예쁘거든요. 지켜보면 순종에 가까운 아이들, 어리고 작은 아이들만 입양이 되고,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으면 아무도 안 데려가는 가죠. 그래서 저는 그런 아이들을 입양했어요. 작고 예쁜 아이들은 저말고도 데려갈 분들이 많으니까요."

유기견 입양이 어려운 이유 중 또 하나는 가족의 반대다. 순혈 애완견도 가족이 반대하면 키울 수 없는데 하물며 믹스견에다 장애까지 있는 출처불명 유기견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언니도 반겨요. 아버지요? 모른 체 해주시니 감사하죠. 호호호. 게다가 아이들이 서로 잘 지내서 가족들이 불편하거나 귀찮아 할 일이 전혀 없답니다."

그래도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조윤희의 생각은 다르다. "너무 좋아해서일까요, 힘든 것보다 오히려 기뻐요. 솔직히 이 선생님께서 그 많은 유기견을 홀로 돌보고 계신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도 없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보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되고 본받고 싶답니다. 그래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도와드리려고 해요."

▲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배우 조윤희가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마마논마마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유사주에도 이용녀(56)씨의 소개로 가입하게 됐다. "오프라인에서는 활동하지 않았어요. 가끔 교통사고나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유기견돕기 모금 같은 것이 있을 때 마음이 가는 아이가 있으면 돈을 보내는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 치료비 모음에 돈을 보냈는데 메일이 온 거에요. 도와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죠. 이 선생님이 운영진에게 제가 온라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귀띔하셨던 거죠. 그래서 그때부터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 바자회도 그런 자리고, 얼마 전 수원에서 열린 바자회에도 참석했답니다."

15일 바자에 조윤희가 참가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현장을 찾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물품이야 기증했지만 설마 올까'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거기서 조윤희가, 그것도 시청률 40%대로 막을 내린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이숙', 150만 관객을 모은 스릴러 '공모자들'의 '유리'로 상반된 매력을 뽐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가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고 인증샷도 찍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놀랐고 반가워했다.

조윤희는 "착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정말이지 쑥스러워요. 제가 정말 착한 사람이 되려면 지금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유기견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이 도와야 하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착해지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하려고 합니다"고 말했다.

조윤희는 10월4일 MBC TV 해외봉사 프로그램 '코이카의 꿈' 촬영을 위해 분쟁지역인 중동의 팔레스타인으로 향한다. 탤런트 정경호(29) 이천희(33) 가수 김조한(39)과 동행해 현지에서 2주간 머물며 분쟁으로 상처를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다.

조윤희는 자신의 바람대로 점점 더 착해지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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